올해는 나라 안밖으로 선거가 많이 치러진다. 이 때문인지 전 세계적으로 뇌물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부패가 각국의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발전에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투자장애 요인으로 지목해 주목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랫동안 각국이 뇌물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 없이 이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규모가 커지고 횟수가 더 잦아지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뇌물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의 부패지수(CPI)와 뇌물 공여지수(BPI)를 보면 우리나라는 두 지수 모두에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CPI 지수는 43위로 2010년에 비해 오히려 4단계나 떨어졌다. 우리처럼 한번 개선됐다가 다시 악화되면 체감되는 부패정도는 2배에 달하게 된다.
특히 뇌물을 주는 쪽(기업 등)을 2∼3년마다 직접 설문조사해 작성되는 BPI는 한 나라의 부패정도를 파악하는데 중요시되는데, 지난해 말 발표된 BPI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28개국에서 13위를 차지해 2008년 조사 때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TI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홍콩의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의 부패지수를 보면 민간분야에서 조사대상 아시아 16개국중 최하위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 부패정도 후진국 수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레이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으며 ▲관료의 질 ▲공공부문의 임금수준 ▲정당의 자금조달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사건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문제는 경제와 금융시장 발전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접어들 때 뇌물과 부패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성장이 멈추면서 증시는 작전주가 판치고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진입한 해에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장기적으로 부자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으로서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이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시스템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근본적 방지대책 마련해야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수출규모로는 세계 7위다. 하지만 뇌물과 부정부패 사건은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루돼 있어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한풀이성 소비와 같은 위기일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당국은 각종 판단지표로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데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우리나라가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잦은 정책변경과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며 기업도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뇌물과 부패고리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여러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최소한 네 가지 조치는 시급히 전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뇌물과 부패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솔직하고 뚜렷한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또한 각종 규제와 조세혜택과 같은 정책들을 축소하는 동시에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해 뇌물과 부패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공급측면에서도 부패와 관련된 정치인과 공무원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특히 갈수록 문제가 될 정당의 자금조달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뇌물과 부패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