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검객의 세계만큼 살벌한 곳은 없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매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피비린내 나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이기는 것뿐이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무림의 고수들의 세계에서 매번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 평생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검객이 있다. 전설적인 검객으로 알려진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다. 일본 막부시대를 살았던 그는 13세에 처음 결투를 시작해서, 29세까지 69번의 싸움에서 한 번도 지지 않는 무패의 신화로 일본에서는 그를 ‘검성(劍聖)’이라 부른다. 무사시는 한때 무사로서 이름을 날리는 것에 집착하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초월해야만 진정한 검객이 된다는 이치를 깨닫고 도(道)를 추구하게 되었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쳤으며, 결국에는 그것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검도를 통해 도인의 경지에 올랐던 무사시는 오직 자신의 몸 이외에는 그 어떤 재산도 탐닉하지 않았다. 그는 죽기 직전에 동굴에 은거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 그것이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오륜서(五輪書)’이다. 이 책은 무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의 진수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검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인간 수양의 수신서(修身書)로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졌다.
‘오륜서’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이 땅(地), 물(水), 불(火), 바람(風), 하늘(空)의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세상의 기초인 땅에서 시작한다. 첫 번째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물의 장에서는 유연함을 가르친다. 검객이 유연함이 부족하면 어떻게 승리를 거둘 수 있겠는가. 다음 불의 장은 변화를 설명한다. 이 장에서 강조하는 것은 항상 변하는 여건 속에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라는 가르침이다. 가령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라’는 것은 생명을 부지하는데 꼭 필요한 금언이다. 결투의 현장에서 태양이나 불빛을 등지고 서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한 끝의 차이로 생과 사가 오가는 승부의 현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승패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어느 권에서나 한결같이 박자를 강조하고 있다. 박자는 음악이나 무용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필요하다. 모든 것은 리듬을 타야만 순조롭게 행해진다. 박자는 상도(商道)의 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산가가 되는 박자, 재산가라도 파산하게 되는 박자가 있다. 사물의 발전하는 박자와 쇠퇴하는 박자를 분별할 줄 알고 거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사람만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350여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륜서는, 손무(孫武)의 손자병법(孫子兵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더불어 ‘세계의 3대 병법서’로 불린다. 손자병법이 집단 전략을 다룬 병법서라면 오륜서는 개개인의 승리와 생존 전략을 가르친다. 미국 웨스트포인트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는 오륜서는 경영인에게는 최고의 경영전략을 가르치고, 일반인에게는 최고의 자기계발 전략을 제시해주는 고전이며, 근래에 들어서는 전 세계 CEO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이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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