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 석문반도와 서산시 대산반도 사이, 당진만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섬, 소난지도. 대난지도를 합쳐 부르고 그 주변에는 대조도, 소조도, 우무도, 비경도, 먹어섬, 풍도, 육도 등 7개의 작은 섬들이 있다. 과연 그 섬엔 무엇이 있을까? 도비도 선착장에서도 눈가늠이 되는 소난지도가 해맑게 웃으면서 어서 오라 손짓한다.
오전 7시경. 도비도 선착장 주변엔 활기가 넘쳐난다.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느라 바삐 움직이는 작은 배들 사이로 하루에 세 번 운항하는 철부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하나둘 모여 든다. 7시50분 배가 출항한다. 선착장에서는 10분 거리로 눈 깜짝할 새 갑진마을에 도착한다. 낯선 곳에 대한 설렘이 앞선다. 이 섬에서 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착장 주변을 혼자 배회한다. 식당 두어 곳과 가게, 교회, 경로회관과 민가 몇 채가 있다.
선착장 좌측으로 가본다. 길은 바다를 끝으로 끊어진 듯 보이지만 더 가보면 옛 학교터다. 1960년대에 삼봉초 소난지 분교장이었다. 점차로 사람 수가 줄어들면서 1992년 폐교됐다. 1500평 규모의 폐교엔 제법 넓은 운동장이 있고 새로 지은 듯한 마을 회관 건물이 들어서있다. 한때 이 섬에도 사람들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찻길이 끝나는 도독어미 바닷가에 발길을 멈춘다. 소난지도는 과거 조운경로에 들었을 때 조운선이 정박하던 곳이다. 지방에서 거둔 세곡을 경창(서울 마포)으로 수송하면서 잠시 쉬어 가던 곳이다. 조선 말에는 이 세곡선을 털기 위해 도둑들이 살기도 해서 붙어진 지명인 듯하다.
펜션동, 식당이 한 채 있고 낚싯배 한 척이 매어 있다. 바다로 나가, 눈 들어보니 지척으로 대난지도다. 400m 지점이니 수영을 잘한다면 도착할 수 있을까 싶다. 해변엔 인적이라고는 나 혼자다. 옅은 파도소리가 있을 뿐이다. 배가 들어온 흔적인 선착장도 부셔져 있다. 작은 자갈돌이 깔린 바닷가는 여름철 물놀이 즐기기에 괜찮을 듯하다. 바닷길을 따라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로 튀어나온 기암에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과 조우한다. 바위 끝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다가 아주 작은 놀래미 한 마리 잡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초보 낚시꾼들에게서 커피 한잔을 얻어 먹고 우측 둠배마을 펜션단지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의병총을 만난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전국 의병들의 반발은 거셌다. 1907년, 당진지역의 최구현의 의병부대, 경기남부지역에서 싸웠던 홍일초 부대, 서산의병 김태순 부대, 홍주의병 차상길 부대원들이 합류해 소난지도로 왔다. 소난지도를 택한 이유는 전라도 일대에서 세곡을 싣고 한양으로 가는 세곡선들이 정박한다는 점이다. 세곡을 탈취해 군량미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지와 떨어져 있으니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하지만 홍주경찰서에서 눈치를 채고 1908년 3월 15일 이곳을 기습 공격한다. 9시간의 피비린내 나는 총격전이 벌어 졌다. 결국 실탄이 떨어진 150여명 의병 전원은 이곳에서 몰살당했다. 아프다. 가슴이 저려온다. 절로 눈시울이 젖는다. 그것을 추모하기 위해 1974년 6월, 봉분을 봉축했고 1980년 6월 의병총비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1982년 8월 5일 의병총비를 제막한 것이다.
의병총 앞, 둠배마을은 펜션단지다. 그 앞에 폐가 몇 채가 있다. ‘소난지도의 영웅들’이란 다큐드라마를 찍겠다고 만들어진 세트장이다. 하지만 제작사 관계자들은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소나무 5000여 그루를 무단 벌채했다가 문제를 일으켰다. 어쨌든 이 작은 섬 안에는 제법 볼거리, 할거리, 느낄 거리가 쏠쏠하다. 겨우 5~6시간의 섬 만남이지만 오랫동안 알던 곳처럼 친근하다. 사진은 우무도.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 : 송악IC - 38번 국도 이용해 석문방조제 - 도비도 선착장. 난지도행 배 이용. 소난지도 거쳐 대 난지도까지 운항한다.
○ 배편문의 : 하절기(3월~10월) : 07:00, 13:00, 17:00/동절기(11월~이듬해 2월) : 07:00, 13:00, 16:00/
문의 : 041-356-6865~6
○ 추천 맛집 : 소난지도 펜션 식당(활어회, 낙지, 바지락 칼국수 등, 041-354-1717, 010-6752-7007)이 괜찮다.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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