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해체 쉽지 않을 듯”

유로존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긴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를 바탕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우파 주도의 정책이 반대 여론에 부딪힌 데에 기인한다. 2012년 5월 6일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위기는 그리스에 국한하지 않고 스페인 등 인근 재정 취약국으로 전이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경기침체와 은행부실 확대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로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되는 등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불안감은 그리스가 여전히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합병증에 시달려온 만성질환자가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어 응급실에 실려 온 것에 비유할만하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
과연 그리스 위기는 어떻게 될까? 6월 17일 치러지는 2차 총선이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누구도 유로존 해체라는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유럽 지도자들이 긴축 일변도의 재정위기 해소책을 재검토하고 경제적 고통을 줄이면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유로존 차원에서 재정위기의 해법에 대해 컨센서스를 형성한다면, 당면 현안인 그리스 문제도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독일의 반대 주장이 만만치 않지만, 그리스의 총선 이전에 당근책으로 긴축완화 카드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긴축을 지지하는 연립정부가 출범하여 그리스 위기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럽 지도자들이 ‘긴축과 성장’의 절충안 마련에 실패하고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는 후보자가 승리하여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경우, 그리스 신정부와 트로이카의 대립 격화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위기가 본격화되어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세계경제는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물론 미국경제도 수출 감소와 신용경색으로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급락을 피할 수 있겠지만 수출 급감으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 또한 2008년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물론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 금융 불안이 증폭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내수 회복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6월 한 달이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 시기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금융 불안 지속과 실물경제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에 대응해 재무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갑작스런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권 및 대형 거래선의 신용위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저성장 기조 하에서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영체질을 갖추도록 노력하되, 상대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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