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전업계가 1~2인 가구에 주목하는 이유

전세계적으로 1인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1~2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여 2010년 기준 2인 이하 세대수는 전체 가구수의 48.1%를 차지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일본 가전제품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일본 가전시장은 2011년 3월 ‘가전 에코포인트 제도’가 종료 후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와 눈여겨볼만한 히트상품 부재로 침체를 겪고 있다.
업계는 이런 불황을 타계하고자, 1~2인 가구 수요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들에게 적합한 제품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공한 제품들은 먼저, ‘소형’과 ‘고기능’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4인 이상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형·고기능 가전제품 대신, 1, 2인 세대를 타깃으로 한 소형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소형가전이 평범한 기능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기능은 대형가전 못지않게 우수한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1년 4월 출시된 ‘Petit Drum’은 기존 드럼세탁기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춘 소형 세탁기다. 기존 드럼세탁기 제품의 판매대수가 정체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제품 출시 후 파나소닉 드럼세탁기 판매대수가 약 1.3배 증가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랄 만한 것이다. 파나소닉은 이어 2012년 2월, 싱크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어 좁은 부엌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식기세척기 ‘Petit 쇼쿠센’을 출시했다. Petit 쇼쿠센 출시 이전, 일본의 탁상형 식기세척기 시장은 2003년 50만대를 기록한 이후 2011년 17만대로 감소할 정도로 부진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Petit 쇼쿠센은 출시 직후 2개월 동안 예상 판매량 14,000대의 2배가 판매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눈여겨 볼 점은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자동절전기능, 제균기능 등 기존 사이즈의 식기세척기와 동일한 기능을 탑재한 고기능의 최상위 기종이라는 사실이다.
맞벌이 세대의 경우, 가사 부담을 덜 수 있는 고기능 가전을 선호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가전제품 사용 경험이 많아 고기능 가전에도 큰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높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다. 소형 고기능 가전제품 외에, 기존 가전제품에 독특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니즈에 적합한 제품으로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있다.
아이리스오야마는 플라스틱제품에 강점을 갖고, 수납용품, 원예용품, 애완동물관련용품에 주력해 온 기업이다. 얼마 전부터 가전제품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더니, 최근에는 LED전구를 히트상품 대열에 올려놓았는데(2011년 4월 출시) 이 제품의 특이한 점은 방범용 센서기술을 적용해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는 인감(人感)센서를 가졌다는 것이다.
가구원 수가 적으면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그만큼 적고, 집을 오래 비우는 시간도 많아지기 때문에 1~2인 가구에 적합한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3월에는 애완동물용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털 정리용 빗’ 노하우를 활용해 청소기 헤드에 털을 흡입하는 브러시가 장착된 사이클론청소기를 출시하였다. 이 새로운 청소기헤드로 애완동물의 털과 사람의 머리카락 등을 엉킴 없이 흡입할 수 있는데, 애완동물을 기르는 1~2인 가구수가 증가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1~2인 가구수가 증가하는 국내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지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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