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제적 위상을 이야기할 때 흔히 9988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기업수가 99%이고 고용이 88%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가 약 3백7만개쯤 되는데 그 중 중소기업이 99.9%인 3백6만개 정도된다. 이중 제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은 약 11만2천개로 전체 11만3천개의 99.5% 정도이고 서비스업에 속하는 기업이 296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업수와 고용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액 비중이나, 출하액 비중, 부가가치 비중은 50%미만으로 하락했다.
한 경제체제 내에서 중소기업의 역할 및 비중의 감소는 그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1인당 GDP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 자본축적율의 저하를 가져온다고 한다.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발전 5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혁신주도형 경제에 진입한 경제체제에서는 신상품과 혁신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지고 요소의 투입보다는 생산성을 기반으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혁신주도형 경제에서는 강한 기술력과 민첩한 시장대응력 가진 중소기업들이 많아야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구현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등이 쉬워진다.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8년을 기점으로 이미 혁신주도형 경제에 진입했다고 한다.

지식·기술기반 中企 육성 시급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발달이 조립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약 70%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고, 독립 중소기업, 즉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제조 중소기업의 수는 30%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혁신형기업이라고 하는 벤처기업의 숫자도 4만개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한발짝 더 나아가는 데 있어 큰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식이나 기술에 기반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자금이나 판로 등 현재 우리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문제다. 좋은 인력들은 확보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확보해 놓은 인재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기업으로 옮겨가 버리니 업무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지식의 활용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中企 조직화·혁신역량 강화해야

중소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경기지역 소재 대학생 300명과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주로 고용불안(42.0%)이었다. 그 다음으로 낮은 임금(24.4%), 비전 불투명(17.0%), 낮은 인지도(11.3%) 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규모가 작아 경쟁에서 밀리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들 간 협동을 바탕으로 한 공동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경우, 조합의 조직화율이 약 20%로 일본의 70.5%와 큰 차이가 있는데다, 공동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은 불과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에 도입된 협동조합기본법을 잘 활용해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화를 해 보는 것도 조직의 자율성을 살리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다. 둘째는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연계한 개별 기업의 시스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체계와 연관된 대학, 연구소 등의 과학기술체계와 금융, 마케팅, 법률, 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 지원체계를 연계하고 정부의 기술지원기관과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을 네트워킹해 혁신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협동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혁신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게 되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자연적으로 대기업들과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좋은 인재들이 많이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주게 될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글로벌 서비스 경영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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