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은 난(蘭) 가꾸기와 비슷하다고는 생각한다. 필자는 연구실에서 난을 20여년 가꾸었는데 일부는 죽이고 살아남은 것도 그나마 비실비실해 꽃을 피워 본적이 별로 없다. 건강하게 꽃을 피울 정도로 가꾸려면 부지런하면서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을 잘 키우려면 물주기 3년이란 말이 있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썩어서 죽고 너무 안주면 말라서 죽는다. 절제된 관심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지원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물을 자주 주면 난 뿌리가 썩어 죽듯이 적절치 않은 지원은 국민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고갈시킨다.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도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하며 시장경쟁 친화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의 불리함을 보정해주는 간접지원정책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퍼주기식 지원은 도움 안돼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적인 시장구조 개선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의 불공정성 시정, 각종 불합리한 규제 개선 및 철폐 등을 통해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난은 물과 비료 등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신선한 공기와 적절한 정도의 햇빛을 쬐어주기 위해 창문을 열어주는 간접지원도 중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난을 잘 키우는데 좋은 지침이듯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적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사람(노동력), 돈(자본), 기술 및 경영능력에서 불리하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지 이런 불리함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은 더욱 치열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존재치 않던 전혀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생존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대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이 일어난다.
그러나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그야말로 극소수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혁신에 실패하고 있으며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부진한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지원정책을 실시할 때는 매우 신중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적절치 못한 지원정책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좀비기업만 양산해 국민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中企 자생력 강화에 역점둬야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OECD 선진국은 물론이고 비슷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다양하며 중복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아왔다. 현재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1,300여개에 이르는 지원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예산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최근엔 정치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관심이라 여겨진다. 중소기업 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도록 지원정책이 집행돼야 한다. 다다익선 식의 지원정책은 자원낭비는 물론이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안된다.
효율적이고 적절한 지원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 여기에는 학계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원정책에 대한 평가연구를 위해서는 기초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연구 목적용 자료 공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향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선행돼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산업계, 학계·연구소간 교류와 협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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