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설립된 SC존슨앤선은 모기약, 세제, 주방용품 등의 사업으로 연간 약 9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126년간 다섯 세대에 걸쳐 창업자의 자손들만 지분을 물려받는 가족 경영을 지켜내면서도, 이를 둘러싼 잡음 대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일하고 싶은 기업’,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창업자의 5대손이자 현재 CEO인 피스크 존슨이 있다.
피스크존슨은 코넬대학 입학 후 10년간, 이학 학사, 공학석사, 물리학 석사, MBA와 물리학 박사 등 무려 5개의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굉장한 학구파로 알려져 있다. 또한 스스로를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할 정도로 환경 보호에 열심이다.
이런 그가 2000년 SC존슨의 회장이 되면서, 미국 산업계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2001년 SC존슨은 그린리스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의 95%에 대해 환경 영향을 조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친환경적인 원료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유해한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거나 대체물질을 개발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환경 보호에 대한 피스크 존슨, 개인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다. 그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CEO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 만연한 소비주의와 환경 위기를 경고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피스크존슨이 경영을 승계 받은 후 지금까지 SC 존슨은 꾸준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비결은 옳은 일을 하면서도 경영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 그의 탁월함에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피스크존슨은 단순히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방식을 벗어나 개도국의 저소득 소비자들을 위해 코넬대학, 빌게이츠의 자선재단과 함께 WOW라는 새로운 사업 컨셉을 개발했다. 말라리아에 시달리는 가난한 개도국 사람들에게 한달에 미국돈으로 3.5달러 정도의 비용만 내면 살충제부터 집안 위생 관리에 필요한 세제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말라리아 예방 방법과 제품 사용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해주는 사업이다. SC 존슨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개도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파해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이 과정을 통해 모기약 회사로서 말라리아 퇴치와 관련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한 SC 존슨은 사회공헌과 비즈니스를 연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개도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에 성공한 사업가들을 육성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피스크존슨은 조상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 부와 명예에 안주하는 대신, 자신의 기업을 넘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민하고 도전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가 21세기형 위대한 사업가의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하주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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