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확산과 유럽 발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올 하반기 국내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에 복합적인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국내외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유럽에서 발생한 1차 금융 충격이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국면으로 미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와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됐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하반기 세계경제의 최대 이슈로 유럽의 재정위기 악화 가능성과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꼽고 “유로 국가들은 장기간 긴축재정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은 국내 경제 전망에서 하반기 국내 경제 3대 리스크로 고유가發 인플레 압력 확대, 가계부채 부담증가, 소비 위축을 꼽으며 이러한 리스크가 하반기 국내 경기회복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석태 한국 스탠더드차터드 은행 상무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더블딥 가능성은 적다고 언급하며, 선진국의 부진, 신흥국의 강세라는 잘 알려진 패턴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럽위기와 중국 경착륙 우려가 해소되어야만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쳤다. 특히,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저금리-고환율’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여건 어떤 변화가 있나=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여부와 스페인 및 이탈리아의 위기 고조로 유럽 발 금융위기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현재 유럽 발 금융위기의 뇌관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탈퇴할 경우 그리스는 GDP가 40% 내외로 줄어들고 유로존 금융시장은 최대 1조 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채권 손실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 경우 주변국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유로존 붕괴에 따른 글로벌경제 충격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클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반면,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에서 아시아대륙과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세계 경제 회복을 이들 지역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신흥국의 소득 3만달러 이상 가구수가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1억5천만 가구로 미국과 유로존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들 지역의 소비심리 회복이 향후 글로벌 경제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 어디로 가나=그리스의 재정적자 심화와 관련 세가지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재협상을 통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지속과 질서 있는 유로존 탈퇴 및 무질서한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경제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실제 시장 전망을 좌우할 변수는 스페인의 은행권 및 국채 시장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2일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스페인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로 전거래일 대비 20bp오른 6.705%를 기록,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 또한 14bp 상승한 6.171%로 지난 1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스페인 2대 대형은행 방코 산타데르와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고 이후 카이샤와 방키아, 방코 포풀라 에스파뇰 등 1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와 ‘BBB-’ 수준으로 무더기 강등한데 따른 것이다.
□불똥 튄 스페인=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그리스발 위기가 스페인으로 불똥이 튀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 우선 눈에 뜨인다.
지난해 말 68.5%였던 공공부채가 이번 유럽연합(EU)의 1000억 유로 구제금융 지원으로 86%로 늘어나면서 올해 스페인이 상환해야 할 금액이 86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국채금리가 높아져 확보된 자금은 절반 수준인 480억 유로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어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한편, EU 당국의 이번 스페인 지원은 그리스는 지급 불능 위기로 보는데 비해 유동성 위기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총 3800억 유로를 지원받은 그리스에 비하면 스페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가 작고 재정 상태가 양호해 그리스와 달리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위기 해법은 없나=실타래 같이 얽힌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독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로존을 해체하지 않으면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 본드(Euro-bond)’발행, 부채 탕감과 같은 고강도 처방이 나와야 하나 이 경우 독일이 떠않아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유로본드를 발행 할 경우 독일은 국채금리가 상승해 년 간 GDP 대비 2.5%의 금리를 추가 부담하는 것은 물론 재정주권을 EU로 넘기는 결과로 이어져 독일내 정치상황과 국민 반대 여론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그리스와 스페인도 유사해 재정감축 없는 스페인 지원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의 불평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유럽의 국가부채 재정위기가 유럽은행들의 급격한 자산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아시아 신흥시장에서의 투자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시장의 충격이 예상된다. 유럽계 은행들의 자산매각 추정 금액은 최대 3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아시아 시장(Emerging market) 투자 비중을 통상 25% 내외로 가정할 경우 외화채무와 주식을 합해 1,500억 달러 전후가 부채축소와 자산 매각의 대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럽계 투자자금의 급속한 유출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통화절상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은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총3천3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영국계가 2천200억원 순매도하며 이탈한 유럽계 자금 대부분을 차지했고, 독일도 700억원, 스페인은 3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는 유럽계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6조8천억원의 자금을 순매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기간 유럽계 순매수 규모는 미국계 순매수 규모인 2조3천억원 보다 3배 가까이 컸다.
유럽계 자금 이탈은 4월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가속화됐다. 3월까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던 유럽계는 4월 1조5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고, 5월에는 매도규모가 2조9천500억원까지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계 중에서도 주요 투자은행(IB)이 많은 영국이 큰 규모의 순매도를 나타냈다”며 “유로존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적극적으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위기가 지속 될 경우 2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 이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환율·금리 어떻게 움직일까=당분간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것 중 하나가 유로달러인데 유로화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달러강세 기조 속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을 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전문가들은 시장이 이성과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 향후 유럽의 정치적 일정 불확실성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불안감에 압도되어 있기 때문에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지난해 11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상승시 원·달러 환율이 10일간 41원 가량 급등한 경험치를 적용해 보면 현재 원·달러 환율에서 최대 40원 가량 상승한 1,180원 수준이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도 엔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유지되면서 1,300원대 중후반이 지속될 전망이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결정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는 경기둔화에 따른 정책금리 인상 지연 및 자금수요 감소로 금리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 유럽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국내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부산 신선대 부두에서 수출화물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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