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그래픽디자이너 남궁산(44)씨는 점심식사 후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 꼭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라기보다 남성 의류층을 돌며 패션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다. 물론 눈에 띄는 액세서리나 의류 등이 있을 땐 주저없이 구매한다. 젊은 여직원이 많은 회사에서 그는 어느 순간 ‘패선 리더’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40~50대 중년남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가족을 등한시한 채 야근에, 주말 근무도 마다않고 오로지 일만 하던 그들이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하며 패션은 물론 몸매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新레옹(Leon)족’. 일본에서 출간된 남성 패션잡지 <레옹>에서 유래된 신생어로 가정에서는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빠, 사회적으론 성공한 중년남성을 일컫는다. 패션도 매너도 젊은층 이상으로 멋지다. 항상 자신을 가꾸는 멋쟁이 중년남성 ‘신레옹족’의 패션을 따라가 보자.

■정장
신레옹족의 등장과 함께 불어 온 정장의 ‘슬림화’ 바람이 거세다. 어깨와 가슴의 볼륨을 강조하는 대신 허리는 날씬한 스타일이 유행이다. ‘드롭(어깨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 1드롭은 2cm)’의 치수 변화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 50대 남성 정장은 ‘5드롭’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 7드롭이 보편화되더니 올여름엔 8드롭 제품이 신레옹족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재킷 길이는 평균 76㎝에서 72∼73㎝으로 짧아졌다. 중장년층 타깃의 브랜드인 LG패션 홍보팀 지승렬씨는 “7, 8드롭 사이즈 정장의 비중은 2007년 5%에서 올해 40%로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코오롱패션 맨스타도 신레옹족을 겨냥해 종전보다 단추가 높이 달린 ‘하이 2버튼’, ‘1버튼’ 스타일과 재킷의 뒤트임이 양쪽으로 들어간 복고 스타일의 수트를 내놓았다. 제일모직 갤럭시 또한 7드롭 패턴인 ‘리미티드 컬렉션’을 선보이며 중년의 변화 바람에 대응하고 있다.
바지 모양도 달라졌다. 허벅지 둘레는 줄고 밑단은 짧아졌다. 특히 허리부분의 앞주름을 없앤 ‘노턱 팬츠’가 인기다. 바지 길이가 구두에서 3㎝가량 올라간 것도 특징이다. 구두와 양말도 놓칠 수 없는 패션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바지 끝자락을 접는 ‘턴업’ 또한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캐주얼
LG패션 마에스트로 캐주얼은 올 여름 신레옹족을 겨냥해 시어서커(SEERSUCKER) 재킷을 출시했다. 가장 기존적인 것은 흰색과 스카이 블루가 섞인 줄무늬 패턴으로 다양한 스타일과 함께 코디하기도 쉽다. 시어서커의 소재는 매우 가벼울 뿐 아니라 시원해 최근 선호하는 ‘휘들 옷’으로도 손색없다. LG패션 홍보팀 지승렬씨는 “에너지 절약이 강조되는 최근에 시원한 소재의 옷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며 “반바지와 심플한 티셔츠와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주얼의 대표격인 데님 팬츠 또한 다이내믹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는 시도할 만 하다. 특히 최근에는 중년남성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청바지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에 착용감도 편안한 ‘에어데님’ 등은 청바지처럼 보이지만 면 스판과 큐브라 소재가 더해져 가볍고 활동감이 뛰어나다.
가족을 사랑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당신은 이미 절반은 신레옹족. 패션, 헤어스타일, 피부, 몸매 등 외모에 신경 쓰고, 최신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완벽한 ‘개념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글.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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