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로 세계의 눈이 유럽에 쏠리고 있는 요즘, 세계경제의 버팀목으로 기대됐던 미국경제도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성장률은 2011년 4/4분기 3%에서 2012년 1/4분기에는 1.9%로 떨어졌고, 낙관적인 경기전망의 근거가 됐던 고용사정도 2012년 들어 일자리 증가폭이 감소하고 5월에는 실업률이 다시 상승해서 불안을 더한다. 게다가 2013년에는 재정긴축이 경기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저성장과 고실업을 극복할 활로를 제조업에서 찾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됐고, 최근에는 저임금을 좇아 중국 등 신흥국으로 떠났던 미국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현상이 나타나면서 제조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관련해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중국 등지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국내에 공장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가 고효율 온수기 생산부문을 중국에서 켄터키 주로 이전하고, 포드가 4억 달러를 투자해 캔사스시 공장 설비를 현대화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1%에서 2011년에는 12.2%로 상승했다.
그런데 왜 미국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을까? 제조업 리쇼어링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이다. 중국의 임금은 2000년 이후 약 4배로 상승해서 시간당 임금이 2000년에는 미국의 3%에서 2010년에는 9%로 올랐다.
생산성 향상은 이에 미치지 못해서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수준은 미국의 31%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의 에너지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용도 증가했기 때문에 특히 북미시장을 겨냥한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해도 비용 측면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원격지 생산에는 재고비용, 품질관리, 공급차질 등의 위험이 추가된다. 또 생산시설이 시장과 가까우면 사양변경과 같은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 정부들이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공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생산시설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런 리쇼어링이 기대대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미국경제를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중국의 임금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높은 학력이나 기업가 공동체, 선진 시장과 제도 등 여전히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리쇼어링 흐름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최소 10%, 최대 30%의 생산시설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제조업의 미국 회귀가 어려움에 처한 미국경제를 당장 살려낼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미국과는 큰 격차가 있고, 유로존 위기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미국 제조업에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의 단기화, 복잡한 규제와 노후화된 인프라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국의 기업환경이 신흥국보다 더 열악하다고 응답했다.
또 제조업 투자환경 개선은 개별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책과 투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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