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추진하는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을 통해 왜곡된 인쇄시장의 거래질서를 바로잡고 사회적 취약계층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노령인력 등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남원호 이사장은 “영어 웹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미FTA를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의 조달시장은 물론 UN,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인쇄물 입찰에도 적극 참여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 이사장을 만나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인쇄업계의 현황은.
국내 인쇄업계는 장기적인 내수 불황과 업체간 덤핑, 과당경쟁으로 오랜 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인쇄업체수 및 종사자수는 1만6천284개사 6만8천528명으로 사업체수나 종사자수 모두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인쇄환경의 변화로 과거 오프셋인쇄를 통한 대량생산이 축소되고 소량다품종인쇄가 주류를 이루면서 디지털인쇄환경 기반의 온디맨드인쇄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야 할 시기에 우리 인쇄업계는 지난해 조달청 인쇄기준 요금의 폐지에 따른 가격질서 파괴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다행히 한국물가협회에서 ‘인쇄 공정별 요금표’를 최근 발표했다. 인쇄업계는 이번 요금표가 하루빨리 정착돼 공공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이 인쇄물 기초금액 및 배정예산 책정시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협동조합형 기업을 설립한 계기는.
인쇄물량은 크게 관수와 민수로 나눌 수 있다. 관수 물량의 경우 법률에 의거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관련 단체·기업인 사회적 기업에 일정부분 발주토록 돼있다. 그런데 몇몇 인쇄업체와 위장 장애인 단체들이 이를 악용해 많은 중소규모 인쇄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병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인쇄조합은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을 최근 출범시켰다. 앞으로 이들 사회적 기업과 대등한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안정적인 인쇄물량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소수의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이 가격파괴를 무기로 다수 인쇄업체들을 종속시키고 있는 어지러워진 시장질서와 가격구조를 바로잡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업 운영의 목표는.
이 기업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목적은 기업가정신을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닌 장애인·노인·퇴직자 등 사회적 약자의 고용 창출에 두고 있다. 발생하는 이윤은 고용 증대를 위해 사용하고 왜곡된 시장의 가격질서를 바로잡을 때까지는 이익배당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 현재 진행 과정은.
서울시로부터 지난 5월 7일 승인을 받아 ‘인쇄를사랑하는사람들네모’라는 법인명으로 협동조합형 기업을 정식으로 발족했다. 6개월 뒤에는 사회적 기업 승인을 받게 된다. 서울인쇄조합은 2억원을 출자했으며 인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인당 20만원씩 출자가 가능하다. 현재 서울인쇄조합을 통해 출자를 받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웹 시스템을 한글과 영어로 구축하고 있으며 인쇄정보센터 건물 지하에 온디맨드 가변데이터 장비와 재단기 등 주변기기들을 도입하고 2층에 구축돼있는 디지털인쇄 장비 및 CTP 장비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고용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장애인과 노령인력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접수와 디자인, 분리분류, 배송 등으로 구분해 접수·디자인 부문은 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며 배송 등은 인쇄업체를 퇴직한 노령인력을 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취급품목은 조합원사들의 주요 취급품목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명함과 전단, 봉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영어 웹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미FTA를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의 조달시장은 물론 UN,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인쇄물 입찰에도 적극 참여해 인쇄물과 복사지, 디지털 용지를 우선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인쇄산업은 국내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다. IT, 조선, 자동차 등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쇄업계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쇄 종주국이다. 30년 이상 현장을 지켜온 인쇄인으로서 무엇이 이 시대에 가치 있는 일인가를 고민한 결과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을 출범하게 됐다. 이 기업이 만든 명함·전단·봉투를 전 세계로 수출해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국제사회의 어려운 취약계층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사용할 것이며 명함, 전단 등 인쇄물 사업이 인류 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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