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르포]“물건 납품해도 돈이 안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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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현장르포]“물건 납품해도 돈이 안들어옵니다”
  • 양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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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7.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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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수침체로 인한 국내 경기상황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부인해왔던 정부마저도 우리경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들어갔을 정도다. 기업의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물건을 납품해도 돈이 안들어 온다. 경기도 부천과 김포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최근 우리경제의 심각성을 점검하고 이들의 애로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서 형광등의 핵심부품인 ‘전자식안정기’를 생산하는 S사. 이 회사는 지상 4층 건물(지하 1층)의 2개층(2층과 4층)을 각각 공장과 창고(사무실 겸용)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부도가 난 이후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ㄴ상무(현 경영책임자)를 비롯한 직원 20여명이 채권단에 채무상환을 약속하고 회사를 지켜냈다.
이후 이들은 불량부품 6만개를 수거해 새제품으로 교환해주고 거래업체들로부터 신뢰회복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같은 이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계속되는 불황이 직원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ㄴ상무는 “올 2월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4∼6월은 너무 안좋다”면서 “창고에 재고가 평소의 3배가 넘게 쌓여 자재값도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직원 월급은 아직 한번도 거른 적은 없지만 ㄴ상무, 영업부장, 부사장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ㄴ상무는 “정치와 사회 주변여건이 안정이 안돼 경기불황을 부채질 하는 것 같다”면서 “중소기업 직원들은 월 70만원도 못받아 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바쁘다고 하면 제일 제쳐두고 돕지만 대기업 직원들은 훨씬 좋은 조건에서도 오히려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카드채 돌려막기 바빠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김포매립지 앞 무명(無名)의 중소기업 자치공단내 G사. 열처리 업체인 이 회사는 100평 남짓한 공간에 세들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열처리란 자동차, 선박, 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을 고온의 열을 가해 단련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직원은 모두 5명. ㅇ사장의 아내가 회계,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7억원 정도.
“원료(석유)비, 인건비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납품가는 점점 떨어집니다. 오죽하면 처(妻)까지 나와 일하게 하겠습니까?”(ㅇ사장)
97년부터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는 ㅇ사장은 매일 아침 카드사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카드채로 돌려막다 빚이 계속 커지자 최근 이를 중단한 상태다.
ㅇ사장은 “제품 발주는 들어오는데 돈이 안들어 온다”며 “평소 같으면 납품 후 1∼1개월반이면 어음이라도 주던 곳에서 6개월째 어음도 못받고 있다”고 했다.
거래처로부터 받는 결제방법도 대부분이 4∼6개월짜리 어음이다. 가계수표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3D업종이라 직원들이 한곳에 오래 있지 않으려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최근 1명이 나가려고 해서 월급을 30만원 올려주고 붙들었다.
그는 “최근 제조업체들이 임대업 운영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며 “공장을 가진자들이 돈을 버는 반면 소기업들은 이중으로 힘든 형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경기가 나쁘다 하니까 있는 사람도 돈을 안주고 미룬다”면서 “분위기가 이처럼 무서운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매스컴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景氣 안좋은 것보다
정부규제 더 무섭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서 소방기구를 제조하는 E사. 직원이 모두 6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사장이 자재관리, 출고, 회계업무까지 맡아 처리한다.
여성인 ㄱ사장은 “원래 직원이 30여명이 넘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다간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소방기구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아 영업쪽은 그래도 할만하다”면서도 “정부의 규제, 금융기관 등의 여성차별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자금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을 때 은행측에서 재무제표 등 조건외에도 남편의 연대보증을 추가로 요구해 여성기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규제에 대한 애로도 털어놨다.
소방기구 관련제품은 소량 다품종생산이다. 그러나 어떤 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한국소방검정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승인기간은 보통 1∼3개월 정도.
그런데 문제는 승인받은 제품의 부품을 하나 바꾸거나 디자인을 약간 수정하려해도 처음부터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기업 차별 철폐를
그는 “기술과 수요자의 선호도가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디자인 수정만 하는데도 이같이 절차가 까다롭다면 과연 제품의 경쟁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자에게 관련 형식승인서류를 보여줬다. 1가지 제품에 필요서류의 양은 231페이지(A4지)에 달했다.
그는 승인수수료 문제도 언급했다.
회사에서 물량을 수주받아 제품을 만들게 되면 ‘한국소방검정공사’에서 검사비 명목으로 개당 수수료를 뗀다. 제품 1000개를 만들면 1천개의 수수료가, 1만개를 만들면 1만개의 수수료가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승인이 안나면 처음부터 다시 수수료를 뗀다.
이 회사는 지난 6개월간 1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중 수수료를 3200만원이나 냈다.
ㄱ사장은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한국소방검정공사’의 검사관에 대한 예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검사관이 검사를 늦게 나오는 날이면 직원들이 퇴근도 못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이는 검사물품을 채집할 수 있도록 공장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직원들의 야근비용은 또 얼마입니까?”
그는 또 “검사관이 회사를 방문하면 식사를 은근히 회사 외부에 나가 사줄 것을 기다린다”며 “ 말은 안해도 분위기로 강요당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젠가 어쩔수 없이 뇌물을 준적이 있다”며 “차라리 신고해버릴까도 고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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