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Kbiz 사랑나눔 재단’이 설립되면서 중소기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세상을 향해 훈훈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을 발굴, 소개하기 위해 ‘따뜻한 中企 행복한 세상’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는 3대에 걸쳐, 팔고 남은 빵을 기부하고 있는 대전의 명문 빵집 ‘성심당’의 임영재 대표(58·사진)를 만나 그의 이웃사랑 실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빵을 기부하게 된 계기는.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선친은 1·4후퇴 때 피란 내려와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을 열었다.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전쟁고아나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밀가루가 귀한 때라 다시 쪄서 팔아도 됐지만 선친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일부러 더 만들게 했다. 판잣집에 살았지만 ‘전쟁통에 피란 못 나왔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며 ‘덤으로 사는 인생인데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부가 올해로 56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부는 얼마나 하고 있나.
“성심당에서 하루에 만드는 빵은 6000개 정도다. 그 중 하루 평균 400~500개를 남겨 고아원과 양로원 등에 전달한다. 아침마다 이런 시설에서 빵을 실으러 온다. 하루에 약 30만원, 한 달에 1000만원어치를 기부한다. 하루 지난 빵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새 빵이 되고 다음날 반값으로 깎아주면 불티나게 팔린다. 하지만 우리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한 번도 기부를 멈춘 적이 없다.”
▲기부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나.
“원래 빵은 반죽을 해 놓으면 발효가 되기 때문에 그 양만큼 만들어야 된다. 1987년 6월 이 일대에서 민주화 시위가 많이 벌어졌다. 시위로 손님이 끊겨 빵이 많이 남았다. 그 빵을 시위대에게 몰래 줬다가 공안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그 때 빵집이 문을 닫을 뻔했지만 주위에서 ‘원래 빵을 공짜로 나눠줬고 전경에게도 줬다’고 증언을 해줬다. 6·29 선언이 있고서야 검찰의 무혐의 판정을 받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직원들도 잘 따라주나.
“성심당에서는 ‘무지개 프로젝트’라는 사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종의 규칙들을 일곱 빛깔 무지개 색에 맞춰 정해 놓은 것이다. 빨강은 회사 이익, 주황은 정체성, 노랑은 준법정신, 초록은 건강한 식품, 파랑은 정리정돈, 남색은 연구·공부, 보라는 공유·소통 등을 뜻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주황 ‘정체성’에 해당한다. 성심당은 고객과 직원, 거래처 모두에게 좋은 빵집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성심당은 단일 빵집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 16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반듯하게 경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세청으로부터 최초로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들도 이러한 기업이념에 공감하고 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빵 기부의 전통은 이어질 것인가.
“대학 4학년인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제빵기술을 배우고 있다. 빵 기부는 아들 대에도 계속될 것이다. 선친 때부터 내려온 소중한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아들이 다짐하기 때문이다. 성심당은 ‘좋은 일을 하는 빵집’으로 소문이 났다. 광고하지 않아도 손님이 몰려온다. 결국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면 100배의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기부를 통해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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