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으로 내륙 깊숙한 곳은 첩첩 산중을 방불케 하는 곳이 많다. 그중 한곳이 굴구지 산촌 체험마을이다. 그 마을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천연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 구산리 산30)을 찾아보자. 동굴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성류굴은 신선이 노닐 만큼 주변경관이 아름답다해서 선유굴로 불리던 곳이다.

성류굴 앞에는 시원한 왕피천이 펼쳐진다. 성류굴은 국내에서도 종유석과 석순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472m의 동굴 속엔 12개의 광장과 5개의 못으로 이뤄져 있다. 매년 10월 경 성류굴 입구, 울진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성류문화제가 열린다. 또 시간이 넉넉하다면 민물고기생태체험관(근남면 행곡리 228)도 찾아볼만하다. 어류, 갑각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119종 4440마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굴구지 체험 마을을 찾아 나선다. 경상도 시골 마을을 무심결에 지나치다가 도로변에서 삼층석탑(보물 498호, 구산리 1494-1)을 만난다. 고려시대의 청암사가 있었다는 절터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석탑. 화강암으로 되어 있으며 높이는 3.49m다. 보물이 이렇게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곳에 있는 것이 신기하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굴구지 마을은 동해로 흐르는 왕피천 하류에서 내륙으로 아홉 고개를 넘어서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라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도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오지 않은 산촌마을이지만 잘 지어놓은 펜션도 있어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산 아래 평지 35세대 6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사방팔방 울진 금강송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인지 옴팍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곳은 2007년부터 산촌생태마을로 조성하게 됐다. 산촌 체험 펜션(3동 6채), 금강소나무 치유의 숲, 야생화단 등 녹색휴양시설을 만들었다.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을 한다. 봄에는 나물 캐기, 여름엔 대나무를 이용한 피라미낚시, 1급수에서 즐기는 물놀이, 가을이면 품질 좋은 송이사서 먹어보기, 겨울이면 논썰매 타기를 한다.
또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왕피천이다. 수달, 백로, 은어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천국이며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꼽히는 천변이다. 굴구지마을에서 속사마을까지 왕피천 7㎞를 3시간가량 걸어가는 왕피천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용소, 학소대, 송이바위 등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탐방로. 난코스에는 나무계단이 만들어져 있지만 물이 불어나면 헤엄을 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걷지 않으려면 차량 이동해 왕피리로 가보는 것도 좋다. 단 길이 상당히 난코스이므로 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신라 망국 때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자 마의태자는 모후 송씨와 함께 왕피리에 있다가 모후가 작고하자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고 전한다. 그 후 고려 공민왕도 전란을 피해 군병을 인솔하고 안동과 영양을 거쳐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전한다. 그래서 왕이 피신해 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왕피리 마을은 띄엄띄엄 민가가 떨어져 있다. 톡거리, 포천, 시목, 시리들 거리고 등 지명도 독특하다. 물이 맑아서 은어와 갈견이, 꺽지 등이 많아 낚시꾼들이 찾아든다. 사진은 민물고기전시관.

- 글·사진=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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