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국가별 견해차 해결이 관건”

지난 5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총수가 프랑스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더불어 유럽에서는 “메르콜랑드”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프랑스 대선전에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정치적으로 같은 가족이므로 대선에서 사르코지를 지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우파와 우파의 만남이었던 사르코지 전대통령과의 파트너십, 즉 “메르코지”보다 좌파와 우파의 만남인 “메르콜랑드” 시대에는 두 수장 간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 도출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두 정치인의 파트너십을 “메르콜랑드”가 아닌 불어로 궁지, 난처한 지경, 혼란한 상태 등 나쁜 의미로 쓰이는 단어인 “메르드”라고 불러야한다고 비꼬기도 한다.
유럽연합의 최대 경제인 독일이 유럽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재정위기가 그리스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경제”라고 적혀진 배가 바다에서 가라앉으며 “메르켈 총리, 이제 제발 시동을 걸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그림을 표지에 담았다.
이처럼 독일 총리의 정책결정은 유럽을 넘어서 세계경제의 향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유럽위기 해결은 유럽 2위 경제인 프랑스의 공조 없이 독일 혼자서는 불가능한데 해결 방안에 있어 두 수장은 상당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생각하는 유럽재정위기 해결방안의 핵심은 위기에 빠진 국가들의 재정긴축과 구조개혁이다. 충분한 재정긴축이 없는 상황에서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강력한 구조개혁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모럴해저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취약국들의 부담을 모든 국가가 함께 공유하는 방안, 즉 ECB의 취약국 국채 매입 제도화 및 유로본드 발행 등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다.
반면에 올랑드 대통령은 지금 유럽경제가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경제성장이고 과도한 긴축정책은 오히려 유럽경제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정부지출이 축소되면서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경제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경기부양책이라는 의견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성장 없이 GDP 대비 국가부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며 유럽이 빠른 시일 내에 親성장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6월 말에 있었던 EU 정상회의의 결과를 보면 양자대결에서 메르켈 총리가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지는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에게 유로 2012 축구대표팀 선수복을 입힌 사진과 함께 ‘올랑드 1 대 0으로 승리’라고 대서특필했다.
독일이 유로존구제기금인 ESM을 은행지원 및 국채 매입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과 1,200억 유로 규모의 성장고용촉진기금 마련에 합의하는 등 회의결과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큰 진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가세하면서 성장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정치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이 최대선거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내년에는 독일총선이 계획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제1야당인 사민당이 승리하게 되면 ‘메르콜랑드’는 그 시대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유럽재정위기 해결에 있어 완강한 모습을 보이던 독일의 입장이 또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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