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여파로 영세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견기업들에겐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계도 경기 양극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천 서구 오류동 김포매립지앞 중소기업들이 임의로 만든 자치공단내 G사는 자동차부품 등을 열처리해주는 2차 벤더(하청기업)다. 직원이 5명인 이 회사는 그동안 긴급자금을 카드채로 돌려막다 최근 연체에 들어갔다. 불어나는 카드금액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G사 ㅇ사장은 “제품 발주는 들어오는데 돈이 안들어 온다”며 “평소 같으면 납품 후 1∼1개월반이면 어음이라도 주던 곳에서 6개월째 어음도 못받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5면>
그는 이어 “거래처로부터 받는 결제방법도 대부분이 4∼6개월짜리 어음이고 개중에 가계수표도 있다”고 했다.
이런 사정하에서도 이 회사는 원료(석유)비는 어쩔수 없이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인천 서구 불노동에서 수처리 환경제품을 생산하는 H사(종업원 11명). 이 업체도 최근 계속된 불경기에 매출액이 크게 줄어 작년의 30%에 불과하다.
H사 ㄱ사장은 “자금회전이 전혀 안된다”며 “외상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로 늘었다”고 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표기관인 중소기업협동중앙회 직원들은 최근 중소기업 현장애로를 수렴하기 위해 경남 창원공단내 업체들을 방문했다가 크게 당황했다. ‘IMF 보다 더한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 부품업체들은 너무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기협중앙회 한 직원은 “다들 예년에 비해 크게 어려워진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면서 “요즘 같은 경기상황에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물으니 이들은 오히려 짜증을 냈다”고 했다.
■양극화현상 왜 오나? = 창원공단내 부품업체들은 상당수가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1차 벤더(하청기업)들이다. 이들이 예상외로 경기를 타지 않고 있는 것은 ‘안정된 판로’와 ‘원활한 자금회수’에 기인한다는 것이 중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의 주요거래처인 대기업이 올 들어 꾸준한 수출증가(대기업수출 5월말 현재 13.6% 증가)와 탄탄한 내수기반을 통해 국내 불황의 영향을 덜 받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포스코 등 현금결제를 위주로 하는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중견기업들은 큰 혜택을 누렸다.
반면 영세기업들의 피해는 이들 중견기업들의 이기주의적인 대금결제방식에서 상당부분 비롯됐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금을 받은 중견기업이 2차 하청업체들에게 대금결제를 늦추고 2차 벤더는 다시 3차 벤더에게 결제를 더 미루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최종 영세기업들에게 가장 많은 여파가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금결제방식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져온 사실이지만 최근 계속된 ‘경기불황’이 이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열처리 업체인 G사 ㅇ대표는 “최근 경기가 나쁘다 하니까 있는 사람도 돈을 안주고 미룬다”면서 “분위기가 이처럼 무서운지 몰랐다”고 했다.
따라서 중소기업계의 경기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판매대금 결제시스템을 보다 원활하게 터 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하도급 공정거래단속을 보다 광범위하게 실시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무엇보다 1, 2차 벤더들 스스로가 이기심을 버리고 보다 공정하게 대금결제를 해주지않으면 안된다. 약자인 영세기업들의 경우 거래업체들의 보복이 무서워 제대로 불공정거래를 신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열악한 영세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운영자금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협중앙회 박권태 금융세제부장은 “참여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장기위주, 중소기업 시설투자 위주로 운용하고 운영자금은 은행 자체자금으로 해결토록 방침을 정했지만 영세기업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책자금중 일정부분은 반드시 운영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들 영세기업들중 상당수가 정책자금의 이용방법조차 모르고 있어 자금지원방식을 더욱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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