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기존 매장을 창고형 매장으로 바꾸더라도 지역 도매상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기존 대형마트 매장이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빅마켓 같은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이마트가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한 부산서면점에 대한 사업조정 개시결정을 취소하라”며 중소기업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기청이 사업조정을 하려면 ▲대기업이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할 때 ▲중소기업과 동종 업종일 때 ▲중소기업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 등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서면점을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변경한 이후에도 매장 판매면적이 종전과 같고, 주 고객층도 큰 변화가 없다”며 “변경후 매출 증가는 규모 확장이 아니라 시설개선·상품차별화에 따른 것으로 창고형 변경을 새 사업 개시 또는 확장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팔레트 단위 진열과 대용량 판매는 다른 대형 할인점에도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고 창고형 변경 이후도 절대다수 소비자는 30만원 이하 물품을 구매했다”며 “트레이더스 서면점 영업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지역 도매상 영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서면점을 리뉴얼해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바꾸자 부산지역 식자재 납품 도매상으로 구성된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사업영역을 침해해 피해를 준다’며 중기청에 사업조정신청을 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12월 신청을 받아들여 이마트 서면점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결정했고, 이마트는 소송을 냈다.
사업조정 대상이 되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기청은 대기업에 사업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시설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한편 부산지역 중소상인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이번 판결이 향후 이마트의 부산지역 도매유통업 진출에 발판을 마련해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미끼 상품까지 이용해 지역 중소도매납품업자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침해를 주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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