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방송사들은 앞을 다퉈 납량특집물을 방영했다.
1977년 ‘마니산 효녀’로 시작한 KBS ‘전설의 고향’은 TV 공포물의 대표격으로, 12년간 안방극장을 서늘하게 만들며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보면 분장 등 특수효과의 수준이 떨어지지만 당시 화면 속 귀신들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M’ 또한 주인공 심은하의 섬뜩한 표정과 음산한 OST로 지금껏 대중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2012년, 이제 대중은 스크린을 통한 공포감에 만족하지 않는다. 무대나 일상생활에서 리얼한 오감체험을 통해 생생한 공포 뒤의 쾌감을 느끼길 원한다. 올 여름 등골이 오싹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한국민속촌은 오금이 저릴 만큼 충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올여름 더위에 맞섰다. 국내 최초로 영화계 특수미술팀과 디지털 하이테크놀로지를 접목시킨 ‘귀신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 ‘전설의 고향’이라는 탄탄한 스토리에 첨단 디지털 장비를 사용한 한국민속촌의 귀신체험에서는 다른 공포 체험과는 차별화된 공포감을 경험할 수 있다.
공포열차는 음산한 폐가를 지나 도깨비 동굴 속을 드나들며 관람객들을 공포의 세계로 인도한다. 서낭당에서 일주문까지 총 11관문으로 이뤄진 ‘저주받은 마을’을 지나는 공포열차에 오르면 권선징악의 스토리텔링을 따라 한국 대표 귀신들이 코앞까지 튀어나와 혼비백산할 정도다. 특히 어둠 속에 미로, 리얼리티, 오감체험이 더해져 생생한 공포의 쾌감을 즐길 수 있다.
야간 공포체험은 8월 1·2·13·27일을 제외한 날 진행되며 사전예약은 필수다.
강원도 정선군은 본격적 피서철인 요즘 귀신 소동으로 난리다. 정선군시설관리공단이 정선의 대표관광지 화암면 화암동굴에서 귀신체험 특별 테마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 때문.
오는 19일까지 오후 7~11시 운영하는 야간동굴 공포체험은 동굴 내부의 조명을 모두 소등한 상태에서 손전등만으로 1803m 구간의 동굴을 탐험하는 이색 체험. 일제강점기 때 천포광산 개발 당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금을 캐다 사망한 광부 귀신들이 구천을 떠돌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광산을 찾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테마로 하고 있다. 관람 선을 따라 역사의 장, 금의 세계, 대자연의 신비 등 5개 테마 41개 코너가 마련돼 있으며, 금을 캐던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금광의 흔적을 시뮬레이션화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선사한다.
국내 유일의 테마형 금광동굴인 화암동굴 안의 온도는 연평균 13도로 여름철에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노약자, 임산부, 담력이 약한 어린이는 안전을 위해 참여할 수 없다.
대학로에도 음산한 기운이 감지됐다. 공포 연극 ‘우먼 인 블랙’, ‘오래된 아이’, ‘두 여자’ 등이 공연 중이다. 공포 장르가 갖는 특수성 때문일까. 인터넷 예약 사이트엔 시놉시스 없이 귀신 사진만으로 채워진 작품도 있다. 예고되지 않은 공포를 즐기기에 좋은 기회다.
특히 연극 ‘두여자’에는 귀신이 등장하는데, 암전된 순간 그 귀신이 객석에 나타나 관람객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귀신 때문에 앞자리 못지않게 통로 측 좌석도 인기다. 가족 간의 비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방화사건, 살인 등 공포물에 등장하는 기본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어릴 적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후 화장실 가기가 무서웠던 사람이라면 피하자. ‘임산부와 노약자는 관람을 삼가라’는 연극의 경고 문구처럼 뼛속까지 저려오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 글. 노경아 jsjysh@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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