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정신건강을 증진시켜라”

한국인의 정신건강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지난 6년간 약 1.5배 증가했는데, 특히 직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45∼54세 근로자의 정신건강 수준이 크게 나빠졌다. 게다가 본인이 정신질환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낙인효과가 두려워 질환 자체를 숨겨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0년 한 해 동안 23조 5,298억원, GDP의 2.01%로 추정될 정도로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자 정신건강 악화가 기업경영을 크게 위협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근로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선진기업은 근로자 정신건강이 기업경영의 필수요건임을 인식하고 ‘예방 관리-초기 대응-본격 치료-사후 관리’의 4단계 정신건강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방 관리단계에서는 정신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생활지원 서비스와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으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없애주는 한편, 위험인력군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담을 의무화하는 등 특별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포드는 점심시간에 정신건강 전문가와 근로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정신건강 관련 정보를 사내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2단계 초기 대응에서는 일단 정신질환 징후가 보이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간관리자에게 정신건강 전문가의 교육을 받게 하고, 교육받은 중간관리자들은 근로자의 정신질환 징후를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근로자의 정신질환 징후를 발견하면 신속히 정신건강 전문가를 연결해주어 근로자가 초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3단계 본격 치료에서는 다양한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종합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근로자에게 세분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여러 직종의 정신건강 서비스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4단계 사후 관리에서는 본격 치료를 받은 후 근로자가 성공적으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정신질환은 악화될 위험이 크고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사후 관리 또한 중요한 과제다.
한편 한국기업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효과가 큰 사회분위기를 고려해 정신건강 관리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증진 체계에 위기관리시스템을 접목해 다시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좋은 스트레스’ 자극을 줌으로써 생산성의 질과 삶의 만족도를 동시에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근로자 가족에게도 직장에 대한 주인의식을 느끼게 해 근로자가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근로자의 정신건강 악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CEO 주도로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서 얻은 경험을 다시 예방중심체계에 접목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기업들은 근로자 정신건강 증진은 직원들의 복지수준과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결국 직원들의 정신건강은 제도적, 정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자세에 있다.

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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