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상했다.
그러면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경제와 민주화를 결합한 개념이다. 풀어 설명하면 경제에서 민주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와 민주화는 다른 영역에 속하며 엄밀한 의미에서 상충적인 개념들이다.
경제는 시장에 속하고 민주화는 정치에 속한다. 경제에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반면, 민주화는 평등성을 우선시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논리와 민주화논리는 양립하기 어렵다. 경제민주화는 시장논리와 정치논리를 균형감 있게 조화시킨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경제적 문제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경제적 불균형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하던 시기부터 시작된 정경유착의 유산이다. 당시에 부족한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경제성장할 수 있는 길은 대기업을 집중지원해 경제성장의 기관차로 만드는 불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정치가 대기업과 결별하고 중소기업 편에 서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이며 대세를 따라 모든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경제력이 과도해지면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경제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창업자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들러붙어 먹고 사는 ‘생계형’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2세, 3세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여론을 자극해 반재벌 정서를 불붙였다.

극단적 경제민주화 주장 곤란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중소기업의 불균형 거래관계가 해소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개선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재벌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부도덕한 기업인을 중벌하자는 의견에도 찬성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인기주의(Populism)에 영합해 주장하는 극단적이며 과격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대선 공약과 집권 이후 정책을 선점하기 위한 정치인의 이념 논쟁이 본격화되면 선명성 경쟁이 벌어져 강성의 경제민주화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표심을 노리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장에 중소기업이 주인공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수없이 쏟아질 것이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여기에 중소기업을 편승시키려는 정치권의 유혹은 한층 커질 것이다.

경제 불균형 해결은 大·中企 몫

시장만능의 극단적 경제논리가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켰듯이 규제만능의 극단적인 정치논리는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50여년동안 고착되어온 경제구조와 거래관행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성급하게 뜯어 고치려 들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경제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시행되어온 상생협력, 동반성장, 공생발전 등은 대·중소기업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여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이다. 이런 노력이 중소기업이 기대한 것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도가 부진하다고 정치인과 유착해 정치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반작용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조화’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부조화스러운 대·중소기업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발적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옆에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도와줄 수 있어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시간과 인내가 소요돼도 결국 경제주체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난 몇 년 동안 세상의 바람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작은 미풍이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제 서서히 돌풍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조만간 태풍으로 거세게 불어 닥쳐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경제민주화도 아마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실현될 것이라 예상된다.

임채운
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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