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새로운 사회를 위한 처방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예상한 옮김, 현대경제연구원>는 새로운 미래, 새로운 사회를 위한 폴 로빈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의 처방을 담고 있다.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신케인즈주의파에 속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다. 그는 경제학자로서는 최초로 2000년부터 <뉴욕 타임스>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면서 예리한 통찰과 독설로 필명을 날리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으로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조·시민권·사회복지·소득세에 대한 미국 진보주의 진영의 입장을 담고 있다. 2007년 출간 된 이 책은 중산층 몰락, 소득 양극화, 의료보험 체계의 모순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키워드로 미국 현대사를 꿰고 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빈부 격차가 심하고, 민주·공화 양당의 싸움으로 얼룩진 나라였다. 자유로운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공화당은 1870년대 들어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당으로 바뀌었고, 금권정치가 판을 쳤다. 공화당은 남북전쟁 때부터 대공황까지 16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12차례나 승리했고, 상원에서는 32차례의 선거 중 27번씩이나 우위를 차지해 다수당의 지위를 누렸다. 그 후 미국의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닥치면서 진보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경제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실시한 ‘뉴딜(New Deal) 정책’은 기세를 올리던 보수주의의 깃발을 꺾었다.
기업 이익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이 1929년에는 14%도 안 됐지만, 1955년에는 45%까지 올랐다. 상속세의 상한율은 20%에서 45%로, 그리고 60%, 70%, 결국 77%까지 올랐다. 뉴딜정책이 부자들의 소득을 상당 부분, 거의 전부를 세금으로 거두어간 것이다.
더불어 이 시기에 노동조합이 부활하면서 노동자들과 중산층들에게 황금기가 도래했다. 이런 비교적 평등한 소득분배는 30여년 이상 지속된다. 저자는 이를 ‘대압축’(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른다. 보수주의자들이 루스벨트와 뉴딜정책을 원수처럼 생각했지만 미국 경제는 망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세대가 누릴 경기호황의 기반을 마련했고 미국역사상 가장 큰 경제호황으로 이어졌다. 그때 이루어졌던 균형은 1970년대 보수주의 운동의 발생으로 깨지게 되었다. 보수주의가 다시 등장한 1970년 대 이후 미국은 산업 생산력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독일과 일본에게 빼앗기고, 무역에서도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어떠한가. 저자는 정치적 양극화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일어난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를 반증한다. 그는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과 맞서기 위한 구체적 진보주의 운동을 제안한다. 그는 지금이 최근 20여 년간 이루어졌던 보수주의의 반격을 격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뉴딜정책을 완성시킬 시기이며 진보주의자가 양심을 걸고 진행할 과제라고 설파했다.
이 책은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 국민의 의료보험제도 의무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바마의 집권 이전에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하기도 했다. 크루그먼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는 듯 오바마는 의료보험제도 의무화를 정권적 차원에서 강행하기도 했다.

- 글·이채윤 / 삽화·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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