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장벽·안전규제 강화…비관세 규제 대비를

최근 보호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WTO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호주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험수위에 빠졌다”라며 각국 수장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고,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최근 보호주의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보호주의 확산 중심에 신흥국이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의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정책이 다양해지면서 기업들의 신흥국 진출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 정부는 Buy national 정책, 즉 자국물품 우선구매정책으로 제조업을 육성하고 경제구조를 고도화하려고 한다. 사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중국에서 주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G2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국제품을 정부 발주공사에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신흥국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고, 핸드폰, 자동차 등 중국의 저가공산품 수입이 쏟아져 들어오자 신흥국들은 해당산업에서 Buy national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흥국 정부는 기존의 Buy national정책을 확대 및 연장했고, 이를 발판으로 더욱 광범위한 산업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브라질의 경우 “바이 브라질” 정책의 범위를 섬유산업, 제약산업 등에서 통신업, 최첨단 장비 산업 등으로 확대했고, “더 큰 브라질”이라는 산업지원프로그램과 함께 주요 산업에서 자국산 부품의 의무사용비율규정을 도입했다. 인도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텔레콤기기수요의 80%를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2012년 초, “바이 인디아” 정책을 시작했다.
신흥국에서는 기술장벽 및 안전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신흥국 정부는 무역상 기술장벽(TBT)과 식품동식물검역규제(SPS)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선진국에서 많이 도입했던 비관세 장벽인데 2000년대 후반 들어 신흥국의 도입건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신흥국의 TBT 통보건수는 2007년 506건에서 2011년 968건으로 늘어났고, 신흥국별 평균 건수는 같은 기간 4.2건에서 8.1건으로 증가했다. EU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신흥국들이 수출업체들에게 비용을 안기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흥국 정부가 지분규제를 통해 외국자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자국의 전략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자원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신흥국의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세수와 투자확대 측면에서 1차 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인도네시아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광물산업에서 생산개시 이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지분을 줄여나가 10년 후에는 49%까지 축소하는 법안을 도입했고, 2012년 4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스페인의 에너지회사인 렙솔의 자회사 YPF 지분 51%를 국유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한편, 일부 신흥국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투자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2011년 12월 인도정부는 외국기업에게 소매유통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철회했고, 2012년 4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싱가포르 DBS의 다나몬은행 인수를 막기도 했다.
앞으로 신흥국의 경제성장세가 약화되면서 보호주의 성향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주요 신흥국들의 환율이 크게 절하된 상황으로 “환율전쟁”보다는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신흥국 진출기업은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진출장벽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진출대상국 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신흥국 정부의 다양한 비관세장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TBT, SPS와 관련된 전문가 풀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