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BM)은 무엇일까? 아마존이 e-book 단말기 ‘킨들’과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출시할 때, 우리는 아마존의 BM이 ‘면도기-면도날’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단말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해 보급을 확대하는 대신, 전자책이나 음악, 동영상 같은 콘텐츠 판매에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인줄만 알았다. 실제로 킨들파이어의 가격은 기존 태블릿PC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 저렴한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면도기-면도날’ 모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진다. 비결은 바로 킨들파이어 단말기의 첫 화면에 광고를 띄우는 것이었다. 첫 화면에 광고를 싣는 대가로 광고주에게 돈을 받아 그에 상응하는 만큼 단말기의 가격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인데, 말하자면 면도기-면도날모델과 공짜모델의 결합인 셈이다.
현재에도 광고를 지원하는 킨들은 광고가 삽입되지 않은 킨들에 비해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조금 귀찮더라도 광고를 보고 단말기를 싸게 살 것인지? 아니면 보기 싫은 광고를 보지 않는 대신 좀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할 것인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광고에 대한 반감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단말기를 켤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덕분에 30% 정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BM 혁신은 BM을 구성하는 갖가지 구성요소들의 변화를 통해 이뤄진다. 아마존의 경우, BM의 구성요소 중 ‘매출·수익원’과 ‘과금대상’, 그리고 ‘과금방법’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띤다. 먼저 ‘매출·수익원’은 제품과 서비스(단말기와 컨텐츠) 판매라는 단순구조에, 광고수익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금대상’ 또한 구매자에서 광고주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과금방법’도 단말기나 콘텐츠를 판매할 때 일괄과금하는 방식에 더해, 광고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횟수에 비례해서 광고료를 과금하는 방식이 추가됐다.
한편, 기존의 수익원이 원래 광고였던 기업들도 ‘광고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BM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은 전 세계 8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유튜브의 BM을 UCC 중심에서 웹TV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구매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신흥시장에 자사제품을 홍보하고자 하는 수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유튜브의 올림픽채널에 광고를 게재하고 광고료를 지불했다. 또 유튜브는 실제 방송국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2012년 안에 자체제작 콘텐츠 전문채널을 100개 가량 개설한다는 목표를 실행중이다.
현재 유튜브 이용자의 하루 평균 동영상 시청시간은 15분 정도인 반면, 대다수 광고주들이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TV의 경우 5시간이다. 유튜브가 웹TV로의 진화에 성공해 현재의 TV 수준으로 시청시간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광고주들은 기꺼이 막대한 광고료를 지불하려 들 것이다.
이렇게 아마존이나 유튜브처럼 ‘광고’를 자사의 BM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게 되면, 이용자에게 다양한 무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리고 기업의 BM도 훨씬 유연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김진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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