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새 없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내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자 결심했을 때, 그래서 삶의 쉼표가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 떠나기 좋은 곳이 여수가 은밀하게 감춰둔 작은 섬 사도다.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수 앞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보석 같은 섬 중에서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날(음력 2월 초하룻날)과 백중사리(음력 7월 보름에 조수가 가장 높이 들어오는 때)에 본도, 추도, 긴도, 시루섬, 나끝, 연목, 진대섬 등 사도를 이루는 7개의 섬이 ‘ㄷ’자로 이루어지는 바닷물의 갈라짐 현상이 장관이다. 이 날 마을 사람들과 여행객들은 바다가 갈라져 드러난 뻘에서 낙지, 해삼, 개불, 고둥 등을 줍는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처음 풍경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긴 방파제가 섬을 연결하고 해안가에는 작은 해변이 나타난다. 사도해변이다. 해변이 100여m 남짓한 사도해변에는 모래 위에 자갈이 가득하다. 방파제를 지나면 커다란 공룡 조형물이 제일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날카로운 이빨에 잔인한 포악성이 느껴지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이다. 단순한 관광 조형물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생뚱맞다. 궁금증은 공룡 뒤로 이어진 마을길을 따라 공룡체험교육장에 가면 절로 해소된다.
나무숲 우거진 곳에 커다란 바위 본이 있고, 그 위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공룡체험교육장은 사도는 물론 인근 낭도, 추도, 목도, 적금도 일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것. 바위 속에 숨겨진 수억 년 전 공룡들의 흔적을 보게 된다.
사도 일원은 아시아에서 제일 젊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다. 총 3800여 점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됐고, 이것들은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약 7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두 발 혹은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 네 발로 걷는 목 긴 초식공룡, 육식공룡 등 다양한 종류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된다. 추도에서는 84m의 보행렬 구간에서 43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세계 최장 길이의 화석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도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은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받았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돼 있다. 사도는 지구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적을 만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인 셈이다.
공룡체험교육장 앞으로 난 해안산책길을 걸어가면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에서 인상적인 것은 나지막한 돌담골목이다. 돌로만 쌓은 강담이다. 크기와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돌들을 서로 맞물려 쌓았다. 섬 풍광과 어우러져 정감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집 담도 돌을 쌓아 만들었지만, 집 옆 남새밭에도 돌담을 쌓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라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육지의 한옥촌에서 보는 돌담과는 또 다른 정취가 느껴지는 아담한 돌담은 사도의 볼거리 중 하나다.
돌담골목을 지나면 중도로 가는 다리가 있는 해안에 닿는다. 여기에서도 바위에 선명하게 찍힌 진짜 공룡발자국 화석을 발견하게 된다. 주로 두 발이나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의 발자국이 많다.
섬 해안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는 것은 이 지역이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육지였음을 말해준다. 공룡 발자국 외에도 파도에 의해 퇴적물이 쌓이면서 표면에 만들어지는 물결자국 화석, 물속에 쌓인 퇴적물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됨에 따라 퇴적물 내에 들어 있던 수분이 증발·수축되면서 나타나는 균열현상인 건열 등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중도로 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파도가 밀려와 모래가 퇴적된 양면해변이 있다. 양면이란 말 그대로 백사장을 중심으로 양쪽이 모두 해변이다. 섬(중도)과 섬(시루섬)을 초승달처럼 패인 백사장이 연결하고 그 사이에는 천연의 바다 수영장이 형성된다. 너무 작은 섬이라 사람도 많지 않으니 호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썰물 때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그야말로 최고의 자연 친화적인 해변인 셈이다.
섬 자체는 크지 않아 사도해변에서 양면해변까지 걸어서 10분이면 족하다. 산책하듯 섬을 한 바퀴 돌아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니 사도에서는 급할 게 없다. 시원한 그늘 아래 돗자리 깔고 누워 쉼 없이 뭍을 때리는 파도 소리와 바다를 넘나드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슬로잉 다운(slowing down)을 추구하는, 즉 삶의 속도를 천천히 하고자하는 여행객들의 낙원이다.
여수에서 사도까지는 뱃길로 2시간이다. 그리 먼 길이 아님에도 배편은 넉넉한 편이 못 된다.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6시와 오후 2시 20분, 하루 두 편 운항하는 게 전부지만 이용객이 많을 시에는 가끔 추가 증편도 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여수와 다리로 연결된 백야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사도 가는 배는 하루 세 편(08:00, 11:30, 14:50) 뿐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사진은 중도와 시루섬 사이에 형성된 양면해변.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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