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중국 산동성 청도 한인회 사무실에서는 올해로 3회를 맞은 ‘백두포럼’이 열렸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중소기업학회(회장 임채운)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 중소기업계와 학계는 경제3불 해소 등 중소기업계 현안과제 해결에 뜻을 같이 했다. 이날 회의에서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 본부장과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는 각각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및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기조와 과제’와 ‘중국진출 중소기업의 고뇌와 활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계의 노력으로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물론 동반성장위원회까지 출범하게 됐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체계화·구체화 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소기업계가 요청한 ‘경제3불’ 해결과 중소기업 혁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중국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 ▲해외진출 기업과 국내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중소기업의 혁신과 사회 공헌 강화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을 비롯한 30여명의 포럼 참석자들은 중국진출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사항과 현안문제 파악을 위해 큐빅지르코니아 전문가공업체 극동지앤에스(대표 김동극)의 중국법인과 절삭공구시장 세계 3위기업인 YG-1(대표 송호근)의 청도법인을 방문했다.
극동지앤에스 중국법인은 영화 ‘도둑들’에서 나오는 세기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제작한 회사로 1993년 중국에 진출했으며 세계적인 절삭공구 전문기업 YG-1의 청도법인은 보세지역에 있는 1공장에 이어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인근에 2공장을 만들었다.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제발표 -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기조와 과제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차기정부의 중소기업정책 아젠다 제시를 위해 3개월에 걸쳐 3개 기관이 공동으로 272개 과제를 발굴했다. 차기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은 국가 경제성장과 균형발전의 원동력으로 중소기업의 역할이 강화돼야 하며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과 복지 ▲창업과 성장촉진 ▲中企 경쟁력 강화 등이 주요 정책 과제다. 특히 공정경쟁 생태계조성과 경제주체간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경제3불’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MRO 문제 등 중소기업 정책 형성과정에서 중소기업계가 의사결정 및 집행조직의 일원화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승격 등 후속조치가 필수적이다. 향후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현안과제를 압축 전달할 예정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중소기업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순환출자 금지 논의는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크며 시장에 필요한 제도는 허용하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악영향 끼치는 부분만 제한할 필요가 있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중소기업 입장에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정비할 필요 있다. 정치권의 재벌개혁 주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 생태계 재정립, 준조세 폐지 등도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정부의 직접지원은 기업의 생존노력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 간접지원으로 가야 한다. 경제3불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 문제가 잘 해결돼야 중소기업의 활력을 배가시킬 것이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경제민주화 문제는 2008년 납품단가 연동제에서 출발,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 새 골목상권까지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이같은 중소기업계 요청이 공론화 됐다.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학계의 체계적인 뒷받침을 바란다.
□민홍기 변호사=경제민주화의 개념이 폭 넓기 때문에 상호 모순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문제다. 공정성 측면에서 경제3불 문제를 강조해야 한다.
□최용식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사회적 갈등의 근본원인은 소득 차이다. 같은 일을 해도 최대 3배 정도 소득차이가 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시간이 지나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이 잡힐 것이다.
□이윤재 교수=연구개발 등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분야에 미국 같이 중소기업 제품구매 할당이 필요하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지원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은 대기업의 수요 독점이 문제다.
□김기문 회장=소상공인과 신용도의 문제는 카드수수료 산정의 본질이 아니다. KT의 분석결과 결재 금액이 적다고 카드수수료가 높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의 변명이 궁색한 이유다. 정책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늘어난다.
□서병문 수석부회장=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기술탈취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 분야로 확산시켜야 한다. 불공정거래에 따른 손해는 중소기업이 보고 벌금은 국고에 귀속되는 것은 잘못됐다. 손해 입은 중소기업에게 가야 한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양극화 문제 해결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의 문제다. 대기업을 끌어 내리는 문제에 대해 중소기업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격차를 좁히는 방안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주제발표 -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중국진출 중소기업의 고뇌와 활로
“중국진출 기업은 전환기 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요소 투입형 모델은 한계가 있으며 체조 금메달 리스트 ‘양학선’의 교훈을 본받아 신기술을 갖고 세계에 도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4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틈새시장 공략과 수출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그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을 임가공 무역을 위한 생산기지가 아닌 14억 인구를 지닌 시장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김주철 코트라 청도무역관 부관장=중국 현지의 구인난이 심각해 임금을 더 올려줘도 필요인원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 절반 가까이 근로자가 줄어든 곳도 있다. 이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 지향형으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중국 내륙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물류비 부담이 크지만 인력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이 있다.
□민홍기 변호사=중국진출 기업의 국내U턴과 관련 한국의 중앙·지방정부는 기업 및 유관기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원활한 리쇼어링(Reshoring)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곽수근 교수=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 등 중국 현지 지역사회 생태계에 뿌리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U턴도 단순히 인건비 때문에 돌아온다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된다.
□김동선 원장=한미FTA 발효 등으로 국내로의 U턴 환경이 조성됐다. 정부에서는 국내U턴기업에 대해 세제상 해택을 준비하고 있으나 입지 및 인력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국내로 돌아가고 싶어도 중국 현지요건이 좋지 않다. 공장을 정리하려는 분위기만 보여도 양도세는 물론 그동안 감면 받은 세금까지 매출액 보다 2배나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김동극 극동지앤에스 대표=단기간 무작정 철수하는 한국기업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기업의 국내U턴은 인건비 문제 때문은 아니다. FTA 효과와 잘 마련된 인프라가 저렴한 인건비보다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극동지앤에스도 전북익산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사업장을 문닫고 가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갈 생각이다.
□김기찬 교수=50조원에 달하는 누적투자와 3만개 기업, 4백만명 고용 등 중국내 한국기업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과제다.
□김기문 회장=오늘 이 자리에서 중요한 의견이 많이 나왔다. 국내 유턴기업에 대해 중국내 논란이 많다. 이런 부분을 짚어보고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정부의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것이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구조도 과거와 달리 역전됐다.
이는 대기업의 불공정 불합리한 거래관행 때문으로 중소기업이 적정이익이 창출돼야 기술개발하고 직원들 월급도 인상시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재벌 2~3세의 기업가 정신 쇠퇴 경향도 문제다. 쉬운 것만 하려다 보니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 계속 충돌한다. 대기업들은 규모에 적합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중소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은 물론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U턴기업’ 등 해외 진출 중소기업들의 운영실태와 현행 지원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중국 청도 한인회 회의실에서 ‘2012 중소기업 백두포럼’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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