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먼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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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먼저 생각한다
  • 중소기업뉴스
  • 호수 1894
  • 승인 201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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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란 특정한 공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체와 그들의 물리적 환경, 그리고 그들 간의 모든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생태계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대표적인 방식이 공생(共生)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공생관계가 ‘악어와 악어새’다. 악어는 입안의 찌꺼기를 없애고 악어새는 별다른 위험 없이 찌꺼기를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식이다.
만약 악어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악어새를 잡아먹는다면 당장의 배고픔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입안의 찌꺼기로 인해 다른 질병으로 확대되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자연 생태계에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공생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한다.
최근 몇년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생태계’가 기업 경영과 정부 정책에 있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생태계란 무엇인가? 자연 생태계의 의미를 전이해 정의하면 기업 자신, 고객, 공급자, 유통업체, 아웃소싱기업, 관련 제품 및 서비스 메이커, 기술제공기업 및 여타 조직들로 구성된 기업 네트워크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불균형한 대·중소기업 생태계

즉 기업들이 살고, 죽고, 성장하고, 도태 혹은 번식하는 과정에 연결된 모든 관계의 장인 셈이다. 공생보다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通)했던 시장에서 굳이 기업 생태계라는 개념이 왜 도입된 것일까? 이는 지난 수십년간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이 놀라운 혁신성과를 이루었지만 ‘양극화’라는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고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지는, 즉 기업경영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쟁에 관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구가 커진 것이고 공생의 이념을 담고 있는 생태계 논의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기업 단위에서 생태계를 언급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업 생태계의 현황은 어떠한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형성되어 있는가? 0.1%의 대기업과 99.9% 중소기업이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 생태계는 지난 시간 99.9%보다는 0.1%를 위해 경제·사회적 환경이 이루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균형발전보다는 불균형 구조를 형성했다. 대·중소기업의 관계는 불합리한 하도급 관계로 발전했고, 규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시장의 자금과 우수 인력은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경제정책 중심에 中企 둬야

결국 중소기업은 생태계라는 관계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사회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최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면서 적어도 99.9%의 생존과 경쟁력 향상 그리고 0.1%와의 균형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음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균형의 수준까지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의 제도 마련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전 EU 중소기업 정책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 있는 유럽 중소기업법(Small Business Act for Europe)을 본 적이 있다. 유럽 중소기업법은 EU와 회원국들의 중소기업 환경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만들자는 EU정상회담의 비전을 담은 법이다. 유럽 역내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폭넓은 내용의 친(親))중소기업적 조치들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것을 먼저 생각한다(Think Small First)’는 이 법의 핵심원칙이다. 경제정책의 중심에 중소기업을 두고자 하는 이 법은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면서 국가 법안 설계, 기존의 법률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천명인 것이다.
중소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제고가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이해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기본 개념에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는 원칙’이 포함된다면 그 뿌리에서 나오는 정책들은 기대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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