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착하고, 맛도 착한 착한가게

강남 삼성동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남궁현(45)씨는 오전에 출근하는 날이면 인근 봉은사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곳에선 단돈 1000원에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생각으로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아 때론 긴 줄에 끼여 20~30분 가량 기다려야 하지만 저렴하고 영양가 높은 점심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최근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6000원을 넘어서는 등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영업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전국의 ‘착한가게’ 7000여곳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 중 외식업이 전체의 84%를 차지,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장은 착한가게 선정 이유에 대해 “착한가게의 저렴한 가격이 경쟁업체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서민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의 값싸고 맛있는 외식업 부문 ‘착한가게’ 세 곳을 찾았다.

강남 맞아?…강남역 ‘인간중심’
물가 높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역 근처의 음식점 ‘인간중심’. 가게 이름만큼이나 ‘인간적’으로 가격이 만족스런 곳이다. 게다가 다른 음식점과 비교해 음식 양도 푸짐하다. 주메뉴인 비빔밥 2500원, 육개장은 3000원이다.
하지만 이곳의 핫이슈는 단연 세트 메뉴. 쌀국수와 김밥, 쌀국수와 비빔밥 등의 세트 가격이 5500원으로 찾는 이마다 대만족이다.
아이디 nampd11을 사용하는 파워블로거는 “강남에서 식사 한 끼 하려면 보통 7000~8000원 드는데 이곳에선 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문점 못지않은 쌀국수 등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인간중심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평가했다.(02-556-9981)

넉넉한 마음 담긴 음식… 서대문 ‘독립문맛집’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된장찌개로 유명한 ‘독립문맛집’은 7년째 음식값이 변함없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요즘 음식재료에 가스, 전기세 등이 올라 음식값 인상이 불가피했을 텐데 된장찌개, 칼국수, 냉면 등 주메뉴 가격은 6년 전과 같은 5000원이다.
식당 주인 김경애씨는 “직접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쓰기 때문에 지금껏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도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착한 가격의 유지 비결에 대해 귀띔했다.
이곳은 15평 정도로 작은 식당이지만 인근 출판·언론 계통 직장인 사이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소설가 공지영씨와 김훈씨도 이곳 단골이다. (02-362-5659)

2000원의 행복…신정동 ‘목동 손칼국수’
주인장이 직접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뽑아 끓인 손칼국수가 단돈 2000원이라면 믿겠는가. 게다가 직접 장을 봐서 담근 김치맛까지 최고라면. 양천구 신정동에 가면 그런 곳이 있다.
‘목동 손칼국수’. 이곳에선 한 그릇, 두 그릇 등 그릇 수만 말하면 주문이 이뤄진다. 칼국수 단일 메뉴이기 때문. 김치와 물은 스스로 갖다 먹어야 한다.
‘목동 손칼국수’의 주인장 노만수(66)·정재향(59)씨 부부의 가게 운영원칙은 ‘부담 없는 가격’이다. 부부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직접 주방과 홀을 관리하고, 손님들이 직접 국수를 받아가고 빈 그릇을 갖다 놓는 셀프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인건비가 크게 절감돼 손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서민 대표 음식이 칼국수인 만큼 앞으로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말이 믿음직스럽다. (02-2643-5989)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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