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혁신이 중요한 시대에 벤처 기업과 벤처투자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통의 경우 벤처 창업자들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안을 하고, 투자자는 산더미처럼 쌓인 벤처 기업의 제안서 중 몇 개를 선발해서 수십에서 수백만 달러를 베팅한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형태의 벤처투자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기업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Y컴비네이터’다.
2012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100대 벤처투자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Y 컴비네이터는 전 세계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벤처 투자회사다. YC는 2005년 설립 이후 7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00개 가까운 벤처 기업을 배출했는데 현재까지 생존율이 70%가 넘는다. 10%도 되지 않는다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존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YC 플랫폼의 핵심 요소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벤처기업을 보는 안목과 철학이다. YC가 투자할 대상을 선발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10분의 인터뷰가 전부다. 지원자에게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서 망설이지 않고 답변을 하는지, 간결하게 답변하는지를 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창업자에게 투자한다는 것이 YC의 투자 철학이다.
YC 플랫폼의 핵심요소, 그 두 번째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완벽한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이다. 3개월간 진행되는 벤처육성 프로그램은 지원 대상을 선발하는 Interview Day로 시작되고 3주차에 팀별로 2분간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Prototype Day를 거쳐서, 마지막 13주차에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에게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Demo Day로 끝을 맺게 된다.
Demo Day가 가까워지면 모든 팀은 YC 경영진으로부터 1대1로 투자자에게 전달할 메시지 도출, 발표 테크닉 등에 대해 상세한 지도를 받는다.
YC 플랫폼의 세 번째 핵심 요소는, YC가 축적한 벤처 경영의 노하우다. YC는 자체 변호사를 통해 법인설립 서비스, 구글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Sequoia Capital의 1대1 자문 서비스, 사무실과 웹 서버 지원 등 그야말로 벤처기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부분 무료로 해결해준다.
그런데 YC가 창업자들에게 무엇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성공노하우는 ‘검소함’이다. 금전적인 욕심 때문에 성급하게 투자를 받거나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화려하게 사무실을 꾸미고 고급차를 사는 등 초심을 흐리는 일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창업자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Make something people want)”라고 씌어 있는 T셔츠를 지급받는데 세상을 변화시킬 사업을 만들어낸다는 꿈과 열정을 빼고는, 한 장의 티셔츠처럼! 모든 의식주를 간소하고 검소하게 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혁신하고 있는 벤처 플랫폼은 새로운 혁신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와 신사업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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