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인프라 분야 세계 1위 기업, 지멘스의 변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1847년 설립돼 세계 최초로 발전기와 대륙 간 전신망 같은 위대한 혁신사업과 제품들을 쏟아내며 업계를 주도해온 지멘스. 하지만 덜어내기 없이 더하기만 하는 ‘몸집불리기’로 지멘스는 덩치 크고 느린 기업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조직은 둔해져갔고 수익성은 악화됐고 설상가상으로 2006년에는 뇌물스캔들이 터지며 지멘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관련 벌금과 추징세금, 소송비용 등을 전부 합한 손실은 무려 15억유로, 우리 돈으로 2조원에 달했고, 기업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지멘스는 시스템·인프라분야에서 무려 98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940억 달러를 기록한 GE를 추월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독일의 대표적인 장수기업, 지멘스의 화려한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첫 번째 비결은 이길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한 것이다. 지멘스는 무거워진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 1, 2위를 차지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했다. 1998년 여름, 구조개혁안 ‘10포인트 프로그램’을 통해 적자의 원흉이었던 반도체사업 외에 구리선이나 기관차 등 모두 30여개 사업에서 철수했고 1999년부터는 매출의 50%를 차지하던 IT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당시 세계 6위였던 핸드폰사업도 접었고 6%에 가까운 이익을 내던 자동차부품사업도 2007년 매각했다. 2011년 9월에는 ‘脫원전’을 선언하며 세계 에너지시장을 놀라게 했다. 그 결과 복잡했던 지멘스의 사업구조는 2012년 현재 인더스트리, 에너지, 헬스케어, 이렇게 세 개 부문으로 단순화됐는데 이들 주력사업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00년 53%이던 것이 2010년에는 96%까지 상승했다.
두 번째 비결은 지멘스의 ‘미래 예측 역량’에 있다. 지멘스는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한다’는 전략을 위해 치고의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2001년 메가트렌드 변화가 핵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팀, ‘Picture of Future(PoF)’라는 ‘미래전망팀’을 설치하여 신사업기회와 미래기술을 발굴했다.
PoF팀은 2004년 장기전망보고서 ‘호라이즌 2020’을 발표하며, 헬스케어를 유망사업으로 선정했고,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의료스캐너업체인 데이드베링홀딩스 같은 헬스케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 16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했다. 원전사업에서의 철수 역시 화력과 풍력발전량이 대폭 늘어날 거라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결정이었다.
마지막 비결은 ‘부패한 기업문화’ 척결을 위한 노력이다. 뇌물스캔들로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지멘스의 구원투수로 2007년 영입된 피터 뢰셔 CEO는 “기업구조와 문화를 통째로 바꾸겠다”며 비리 관련 임원 500여명을 징계했다. 뢰셔는 설령 큰 이익이 될 만한 사업이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지멘스에서는 이를 위해 최고리스크책임자(CRICO)가 ‘전사 리스크관리 위원회’를 통해 사업부문별로 분기마다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으며 ‘인수 전 2년 내 흑자전환과 3년 내 재무목표달성이 가능해야 한다’처럼 엄격한 인수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정확한 미래 예측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한다’는 전략을 잘 실천하여 변신에 성공한 거대기업 지멘스. 장수기업을 꿈꾸는 기업들은 이러한 지멘스의 노력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동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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