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술 경쟁력 약화…틈새시장도 관심을”

1992년 한중 외교관계 수립이후 지난 20년 동안 대중국 수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 비중이 1992년 한국 수출의 3.5%에서 2010년 25.1%로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시장이 된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중국 수출을 선도한 분야는 소재와 부품이었다.
중국은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부품과 소재를 한국에서 수입하였고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도 본사에서 부품과 중간재롤 조달하여 현지에서 조립한 후 수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중 양국이 모두 공산품의 소비국이라기보다는 수출국으로서 부품소재를 이용하여 가공무역을 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국의 수출이 부진해 진 가운데 특별히 대중국 수출 부진은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국수출은 2011년 총수출증가율 19.0% 보다 낮은 14.8%에 그쳤고 올해 8월말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2.4%나 감소했다. 한국 총수출도 1.5% 감소했지만 중국수출 감소폭이 더 컸다. 그 결과 대중국 수출비중은 2010년 25.1%에서 올해 8월까지는 23.6%로 하락했다. 또한 부품 소재도 2009~2010년 기간 총수출의 70%를 넘었으나 2012년 상반기에는 63.9%로 감소했다.
수출부진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 공산품을 기술수준별로 구분해서 수출성과를 분석해 보면 대중국 수출은 2000년대 들어 급속히 기술집약적구조로 전환하고 있었다. 2001년 수출에서 고기술산업 제품 비중은 22.2%이었으나 2006년 42.9%, 2011년에는 44.2%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을 선도했던 고기술산업의 일부 부문에서 급속도로 수출경쟁력이 하락했다.
고기술 산업 중에서 컴퓨터부문 및 음향, 영상, 통신기기 산업의 경우 현재 대중국 수출보다도 수입이 더 많은 상태가 됐다. 즉 고기술산업이 빠르게 수출을 확대해 왔고 이 때문에 한국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이들 부문의 경쟁력이 둔화된 것이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부품 소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품소재분야 중에서도 한중양국의 산업분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계 및 전자부문(SITC7-8)의 교역은 특히 중요한다. 기계 및 전자부품 대중국 수출은 2001년 36.1억 달러로 대중국 총수출의 19.8%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대중국 수출은 571억 달러로 한국 전체 대중수출의 4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기계 및 전자 부품의 수출 중에서도 일부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문제가 있다. 2011년의 경우 LCD(SITC 87193)와 반도체(SITC 776) 등 2개 부품이 기계 및 전자부품의 대중국수출 571억 달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LCD를 제외한 기타 부품의 수출은 2005~2009년 기간 중 정체했다. 즉 현재 대중국부품수출에는 확실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LCD 및 반도체제품 수출의 호조에 의한 착시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대중국 수출 부진은 고기술산업에서의 경쟁력이 더 이상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저위 기술이나 저기술 산업이 너무 빠르게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출산업에서 탈락하고 있다는 점과 반도체와 LCD를 제외한 부품의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고기술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동시에 부품과 소재산업의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대중국 수출은 과거와 같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국 수출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첫째는 꺼진 불도 다시보자처럼 중기술산업이나 저기술 산업도 바로 버리지 말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한국의 저기술산업에는 제조업 고용이 20% 이상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섬유, 의류 등 저기술 산업에서도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저기술 산업의 수출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고용안정이나 신규고용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중저기술 산업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한중 FTA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이 분야를 더욱 개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새로운 수출상품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성장전략이 내수주도형으로 전환되면서 완제품의 내수시장 진출기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소득분배가 고르지 못해 다양한 계층의 시장이 존재하므로 시장을 계층적으로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저위 기술산업에서도 제품차별화를 통해 중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당연히 중국권역별, 지역별시장 특성을 분석하여 각시장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부품 소재의 경우도 범용부품보다 고급소재 및 부품개발과 수출에 노력해야 한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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