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회복에도 불구 일부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요구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석회석가공업협동조합(이사장 구정길)은 지난달 30일 “생석회를 생산하는 17개 조합원 업체가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제강회사들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생석회(CaO)는 철 생산에 투입되는 불순물을 흡착해 철의 순도를 높여주는 필수 요소로 석회석가공업협동조합 소속 17개 회원사가 연간 총 100톤을 생산, 이 가운데 50∼60%를 INI 스틸, 동국제강 등 제강회사 10여곳에 납품하고 있다.
제강회사들은 98년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생석회 납품업체들에게 단가인하를 계속 요구해왔다. 그 결과 생석회 납품단가는 98년 4월 톤당 7만4천원에서 올해 8월 현재 5만7천원으로 4년여 동안 1만7천원이나 인하된 상태.
또 조합에 따르면 납품계약 체결과정도 정식 계약서 없이 제강회사들이 일방적으로 저가 견적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구두로 통보한 후 4∼5개 업체에 월별로 일정 물량을 배정하는 식으로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이뤄져 왔다.
특히 이런 계약관행 때문에 업체들은 납품단가에 불만을 제기할 경우 물품 배정에서 제외될 것이 두려워 낮은 단가를 받아들 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조합측의 설명이다.
“단가인상과 함께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시정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철강회사들은 ‘현재 실태조사 중이다’, ‘내년 3월 이후에나 고려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라고 조합은 밝혔다.
조합은 “생석회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원가절감 등을 통해 납품단가를 맞추기 노력해왔으나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생석회 단가를 원가수준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INI스틸은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납품단가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며 조합, 납품업체와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 27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유형으로는 단가인하(37.3%)와 하도급대금 60일 초과지급(22.4%)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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