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낯 햇살은 많이 따갑지만 조석으로 불어대는 서늘한 바람 속에는 가을 향기가 배어있다. 10월이라는 숫자만으로도 가을 운치가 그려지는 계절.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산하들도 조용히 휴식으로 들어가는 이 즈음, 조용한 여행 즐기기에 적격하다. 벼, 수수, 조 등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 고개를 숙이고 홍고추, 참깨 수확이 한창이다.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커지는 전원의 초가을 풍치를 한껏 느끼고 싶은 날 칠봉유원지를 찾는다.

칠봉유원지는 강원 원주시 호저면 용곡리와 산현리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강변 유원지다. 섬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근 간현 유원지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 강변 길은 산현리에서 용곡리까지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제법 길다. 도로변 따라 펼쳐지는 전형적인 강원도 시골 풍치 속에는 가을이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알알이 밤과 대추가 영글어가고 벼가 익어가고 있다. 논고랑에는 무엇인가 살아 꿈틀댄다. 맑은 곳에서만 살게 되는 우렁이다. 이곳이 무공해 청정지역임을 우렁이가 몸짓으로 알려준다.
첫번째 관문 산현교를 지나면서 길 옆으로 길게 계곡이 이어진다. 여름철 찾아들었던 사람들은 이 계절에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인적 사라진 강변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나무 그늘은 없지만 물이 깊지 않고 맑아서 물놀이 즐기기에 좋고 야영하기에 적격한 넓은 터가 이어진다. 물은 맑아서 물고기가 눈앞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천렵을 즐기고 싶은 유혹을 일게 한다.
조금 더 오르면 칠봉이 있는 칠봉교를 만난다. 계곡 옆으로 눈에 띄게 멋진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일곱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7개의 봉우리를 이룬 바위의 형태가 일곱 선비의 행차를 닮았다하여 칠봉이라 불리우는데 원래 7봉이었으나 6.25때 폭격으로 2봉은 무너지고 5봉만 남아 있는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일명 칠봉산이라고 부르는데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곳이 214.7m로 낮지만 깍아지를 듯해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 기암괴봉 밑으로 맑은 계류가 흘러내린다. 일곱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칠봉이 병풍을 두른 듯 자리해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기암괴봉 아래에서 야외취사와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이 계절에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계곡 길을 따라 약 1㎞정도 더 가면 소나무가 울창한 야영지가 있다. 인적이 사라진 이곳에서 하룻밤 야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친구삼아 고즈넉한 곳에서 강변 살림을 차려보는 일이다. 모닥불을 지피고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여행. 초가을의 좋은 추억 한 페이지를 만들어줄 듯하다. 그렇다고 비싼 캠핑장비를 다 구입할 필요는 없다. 아주 편리하게 칠 수 있는 텐트, 그리고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장비, 침낭 정도만 있으면 될 듯하다. 거기에 이곳에는 유료 캠핑장이 만들어져 있다. 솔 숲에는 텐트가 군데군데 쳐 있어 빌려 써도 좋을 듯하다.
이어 길은 용곡교, 하용곡교, 상용곡교 등을 지나면서도 물길이 이어진다. 포장길은 상용곡에서 끝이 난다. 대중교통도 이곳까지만 진입한다. 수령 오래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뒤로 비포장 임도가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가면 횡성군 서원면을 만나게 되지만 험로여서 더 가지 말아야 한다. 휘어진 길에 꽂혀진 눈길이 오랫동안 멈춰진다. 그 길을 따라가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가슴 한켠에 아스라이 담아 놓는다.
또 이 임도 시작점 우측에 눈에 띄는 문화유적이 있다.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삼층석탑(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3호)과 석조불상(강원도 유형문화재 42호)이다. 이곳은 용운사터로 고려시대 전기때 조성된 석조물이 남아 옛 흔적을 알려준다. 아쉽게도 절터에 관련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나 용운사라고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어 사찰 이름을 알게 했다.
짐작컨대 수로가 발달되던 시절 만들어진 절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유명한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 고달사지 등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물길이 멀어서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지게 된 듯하다. 그저 물놀이만 즐기면 되는 유원지에 이런 문화유적이 숨어 있다는 것이 여행을 즐겁게 한다.
산행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문바위봉(597m)으로 올라도 좋다. 정상에 올라가면 원주의 태장동 일원과 횡성, 굽이쳐 흐르는 섬강의 물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산은 칠봉유원지쪽으로 하면 된다.

여행정보
○주소 :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용곡리, 산현리/문의:호저면 사무소 : 033-737-5503
○찾아가는 법 : 초보자는 영동고속도로 → 문막 지나 만종분기점에서 춘천을 잇는 중부고속도로 이용 → 북원주 나들목으로 나와 찾는 것이 빠르다. 장현교 → 호저면 매호리 → 칠봉유원지. 혹은 영동고속도로에서 원주나들목으로 나와 호저면 방면으로 난 5번 국도 이용. 호저초등학교 → 장현교 → 호저면 매호리 → 칠봉유원지.
○여행포인트 : 계곡 주변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그 외 토종닭 등을 파는 식당들이 있다.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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