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한 일본 청년이 팔레스타인 여행을 갔다가 가자지구에 들렸다.
우연히 한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네 꿈이 뭐니?”라고 묻자, 소년이 대답했다. “내 꿈은 폭탄 개발자가 되어 가능한 많은 적을 죽이는 거예요.” 몇 년 전 고모가 이스라엘 병사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을 지켜 본 소년은 그날 이후부터 계속 복수만은 꿈꿔왔다는 것이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는 소년과의 대화를 잊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NGO들을 돕기 위한 회사를 세우는데 이 청년이 바로 일본의 온라인 기부의 혁신을 일으킨 사회적 기업 유나이티드 피플의 CEO 세키네 겐지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돌아온 겐지는 당시 급격히 성장하던 한 IT벤처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어느 날 사장에게 팔레스타인 소년의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클릭 모금’이라는 기획을 제안했으나 결과는 채택 불가였다.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사장과 뜻이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둔 그는 또 다른 IT회사에서 포인트사이트 제작 및 운영을 맡기 시작했다. 출근 첫날부터 회사에서 날밤을 새기를 거듭하다 결국 과로로 쓰러지고 만다. 그는 먼저, 인생의 방향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조금 더 가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자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이트 개발부터 시작했다. 다음으로 사업 기획서를 들고 사이트에 참여할 NGO를 찾아 돌아다녔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IT컨설팅 일도 병행하다가 우연히 여행사 CEO 니시무라씨를 만나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사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이야기에 감동 받은 니시무라 사장이 NGO 관계자를 소개해 주면서 하나, 둘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시작된 사업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첫 해 모금액은 2만엔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7년 ‘Social Business Award’를 받으며 언론에 소개 되면서 약 1000만엔을 모금할 수 있었다. 이후, Yahoo! JAPAN 등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는 것도, 결국 그런 사업을 찾아내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결정적인 것은 겐지가 끝까지 버텨낸 덕분이었다. 이고코로 사이트의 첫 해 모금액은 2만엔. 이고코로에서는 기업에서 받는 광고료의 절반은 기부로 절반은 수익으로 삼고 있기에 모금액이 결국 그 해 매출이다.
이러한 상황은 3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사업이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 5년간 그는 여러 가지 IT관련 컨설팅을 해가며 버텼다. 그 결과 지금은 연간 수천만 엔 이상을 모금할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결심한 즉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처럼 사업이 안 풀린다고 바로 접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아직까지 할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버텨야 하는 시기’도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버티고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 ‘행동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명제는 사실이다. 꿈이 있거든 그것을 위해 버티고, 버티고, 성공할 때까지 버텨야 할 때다.

홍현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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