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훈(41·A사 영업팀장)씨는 술 마신 다음날 새벽이면 여지없이 숙취로 몸부림친다. 억지로 일어나 출근은 하지만 오전 내내 비몽사몽이다.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다 보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쓰린 속을 풀기 위해 얼큰한 짬뽕을 먹어 보지만 속쓰림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아 쓰린 속을 달래고 숙취를 해소시켜주는 약을 처방받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퇴근 후 술자리가 늘었다. 직장인에게 있어 술자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분에 취해 너무 달리다(?) 보면 다음날 몹시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고 속은 메스꺼우며, 몸도 무겁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씨처럼 과음한 다음날 짬뽕 등 자극적인 음식으로 해장을 하려 든다. 하지만 맵고 짠 음식은 알코올로 인해 기능이 약해진 위장을 더욱 괴롭힐 뿐이다. 숙취해소는 물론 영양도 풍부하며 더부룩한 속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해장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쓰린 속 해결해주는 해장음식 베스트4

● 선지해장국
오래전부터 주당들이 간밤에 마신 술로 쓰린 속을 달래온 특효 해장국이 바로 선지해장국이다. 즉, 주당들이 인정한 가장 대표적인 해장국으로 1930년대 이미 청진동에 선지해장국집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명성을 떨쳤다. 쇠뼈를 곤 맑은 국물에 선지와 양, 우거지, 콩나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선지와 양으로 철분과 단백질을, 우거지와 콩나물 등으로 비타민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어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예부터 선지는 훌륭한 영양공급원으로 나라와 민족마다 먹는 방법도 다양했다.
선지로 국을 끓여 해장국 형태로 먹는 우리와 달리 중앙아시아 유목민은 말의 피를 생으로 마셨고, 중국에서는 오리 선지로 만든 두부를 주로 먹었다. 지금도 중국의 시장이나 뒷골목에 가면 오리 선지 두부를 쉽게 맛볼 수 있다.

● 북엇국
명태처럼 이름이 많은 생선도 드물다. 갓 잡아 올린 명태, 어린 치어를 말린 노가리, 꾸덕꾸덕하게 말린 코다리, 얼린 동태, 얼리고 말리기를 반복한 황태 등이 있다. 그 중 명태를 바닷바람에 바짝 말린 건 북어라고 한다. 북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숙취해소에 최고다. 북어의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글리신 등의 아미노산이 간에 축적된 알코올 성분을 해독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이다.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베타인, 타우린이 많은 것도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특히 북어는 고단백 저칼로리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데, 단백질 함량은 두부의 8배, 우유보다는 무려 24배나 많다.
북어는 조림, 찜, 구이, 무침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지만, 역시 술 마신 다음날 먹는 국이 백미다. 서울 무교동(다동)의 한 북엇국집은 40여년째 직장인들의 쓰린 속을 달래 주고 있다. 사골육수에 북어대가리와 뼈를 넣어 12시간 끓인 국물에 야들야들한 북어살과 잘게 썬 두부를 넣은 이 집 북엇국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해 속풀이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콩나물해장국
비빔밥과 함께 전주지방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콩나물해장국. 시원한 국물은 술꾼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고, 잔뿌리에 많이 함유된 아스파라긴산과 계란은 숙취를 한방에 날려 버린다. 콩나물은 양의학은 물론 한의학적으로도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콩나물은 독이 없고 맛이 달며 오장과 위의 맺힘을 풀어준다”고 나와 있다. 콩나물이 몸의 열을 잠재우고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준다는 의미다.

● 복지리
술로 혹사당한 속을 달래는 데 시원하고 담백한 복지리만한 메뉴도 없다. 복어는 회, 매운탕 등으로 즐기는데, 그중 맑게 끊인 복지리가 숙취해소에는 단연 으뜸! 숙취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나 에탄올을 제거하는 성분이 많아 숙취 해소는 물론 알코올중독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생배추와 대파, 콩나물, 미나리를 듬뿍 넣어 끓여내는 복지리는 탱탱한 복어살과 함께 시원한 국물을 먹는 순간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 노경아 jsjysh@hanmail.net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