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가는 도로변, 노랗게 물들은 은행나무가 도로 양안으로 길게도 이어진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만추의 여정이 가득한, 휘어진 길. 그 뒤로 아스라이 옛 추억 한자락이 떨어지는 낙엽 위로 오버랩 된다. 형형색색으로 변한 산야 속에 유난히 노란 단풍잎이 눈을 시리게 한다. 이렇게 도로변에 은행나무를 심어 놓은 것은 용문사에 노거수 은행나무가 성성하게 버티고 있음을 알려주려 함이었으리라.

용문사의 가을은 화려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기 위해 많은 행락객들이 찾아든다. 주차비(소형 3000원)와 입장료(성인 2000원)를 내고부터는 누구나 걸어야 한다. 입구쪽에 단풍든 공원 앞으로 2007년에 개관한 양평 친환경 농업박물관(용문면 신점리 508-10, 070-7715-3796, http://sam.go.kr)이 있다. 옛 성루를 연상케 하는 한옥 모양의 박물관 앞으로 분수가 솟구친다.
유치원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 눈 속에는 감성이 많이도 묻어 있는 듯하다. 실내에는 양평역사실과 친환경농업실이 있고 사찰요리를 만들어보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일주문이지만 이번 여행길에는 곧추 정지국사부도 팻말(0.5km)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산길은 큰 도로와는 달리 한적하다. 아직 걸음이 서투른 유치원생들과의 눈높이 대화가 싱그럽다. 부도까지 올라가야 하는 길목으론 붉은 단풍이 에워싸고 있다.
우선 정지국사탑비를 만난다. 비문은 권근이 지은 것이라지만 글자가 거의 마모되어 버렸다. 80m 정도 오르면 정지국사부도(보물 제531호)가 홀로 있다. 정지국사(1324∼1395)는 공민왕 2년(1353)에는 무학과 함께 원나라로 가서 지공을 스승으로 한 나옹의 제자가 되었다. 1356년 귀국해서는 은둔하면서 수행에만 힘썼다고 한다. 천마산 적멸암에서 “나는 간다”는 말을 남기고 나이 61세, 법랍 54세로 입적했다. 제자 조안이 이곳에 부도와 비를 세웠고, 나라에서는 정지국사라는 시호를 내렸다.
사찰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무수한 돌탑들이 있다. 넓은 터에는 ‘산사무공’이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다. 무공 템플스테이가 펼쳐지는 곳이며 108탑을 조성하는 듯하다. 조금 더 내려오면 용문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경내의 건축물과 함께 단풍 든 용문산(1,157m)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무엇보다 커다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높이 50m, 둘레 12.3m)에 눈길이 머문다.
신라의 마의 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뿌리가 내려 이처럼 성장한 것이라고 전해오며, 대략 1100여세에서 1500여세로 추정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다. 정미의병때 톱을 댔더니 피가 났고 불을 질렀을 때도 이 은행나무만 타지 않은 신목(神木). 올해는 노익장을 과시하듯 잎이 무성하다.
경내 약수에 목을 축이고 잠시 둘러본다. 이 사찰은 진덕여왕 3년(649)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세종 29년(1447)에는 수양대군이 어머니 소헌왕후 심씨의 원찰로 삼으면서 대대적으로 중건했다. 조선 초기에는 절집이 304칸이나 들어서고 300명이 넘는 승려들이 모일 만큼 번성했다고 한다. 그후 왜군이 전소시켰고 6.25때도 파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찰을 비껴날 즈음, 찻집 솔내음, 다래향에서 맛있는 대추약차의 그윽한 향내에 취해보거나 용문산 정상까지 산행을 해도 된다. 용문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계곡이 깊어 예로부터 명산으로 꼽혔다.
원래 미지산이라고 불리다가 조선 개국 후 태조가 등극하면서 ‘용문산’이라 바꿔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용문산을 주봉으로 하여 동북동에 도일봉(864m), 동쪽에 중원산(800m), 남서에 백운봉(940m) 등이 연이어진다. 가장 최단 코스는 상원암까지 가는 길이다.

■여행정보
○ 주소 :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625, 문의:031-773-3797, http://www.yongmunsa.org/, 템플스테이 : 매주 토, 일요일
○ 찾아가는 길
자가용:서울 → 6번 국도 이용 → 마룡교차로에서 341 지방도로로 좌회전 → 덕촌삼거리에서 직진 → 용문산 관광단지 주차장
대중교통:상봉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용문사나 용문행 버스 이용. 용문터미널에서 용문사까지 1일 15회(7:10~20:50) 운행. 또는 용산역~용문역(05:20~22:58) 운행하는 중앙선 국철 이용. 1시간 30분 소요.
문의:용문버스터미널:031-773-3100, 용문역:031-773-7788
○ 추천 맛집:용문산 입구에 중앙식당(031-773-3422), 한마당식당(031-773-5678), 용문산식당(031-773-3434)등 산채요리 음식점이 있다. 오는 길목에는 곤드레돌솥밥 등을 파는 곳이 많다. 그외 푸른공원(031-773-3884 송어회, 오촌리)이 있고 광탄리에는 고바우설렁탕(031-771-0702, 설렁탕), 회령손만두국(031-775-2955, 이북식 만두)집이 괜찮다.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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