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발발 이후 5년이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세계경제의 위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0월에는 IMF와 한국은행이 한국경제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등 대부분의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주요 경제현안을 점검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 가능성을 짚어보고 그 대응책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첫번째 주요 경제현안은 무엇보다도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다. 지난 6월 EU 정상회의 이후 유로존은 ECB(유럽중앙은행) 국채매입과 ESM(유럽안정화기구) 출범 등 유로존 위기의 방화벽을 마련하는 데 일부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ECB 국채매입에는 긴축 및 구조개혁이라는 엄격한 요구조건이 붙어 있으며, ESM 출범에는 재원확보 및 독일 등의 반대라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유로존 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유로존 경제 침체와 경제위기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미국경제가 처한 부양과 긴축 사이의 딜레마이다. 미국은 성장활력 저하로 정부의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나, 현행법상 재정긴축을 이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재정긴축을 예정대로 단행할 경우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위험(재정절벽)이 있으며, 이를 유예할 경우에는 중장기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재정긴축 규모가 예정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으나, 재정긴축 자체는 불가피하므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전망이다.
셋째는 중국경제의 성장둔화이다. 2012년 2/4분기 중국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같이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불문율로 여겨지던 8%를 밑도는 7.6%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 등으로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향후 중국은 수출 주도의 고도성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경제성장의 질적수준 제고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소비주도 성장을 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소비 주도 성장전략에 힘입어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려하는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는 한국수출의 감소세다. 2010년과 2011년에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한국수출은 2012년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세계수요 위축, 보호무역 확대,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 등으로 향후 한국수출의 성장세 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FTA 효과, 수출경쟁력 강화, 서비스수출 호조 등 긍정적 측면을 고려하면 한국수출이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국제시장에서 상대적인 선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는 가계부실 확대 우려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실종되는 등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의 지속으로 LTV(담보인정비율)가 상승하고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도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주택시장 부진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워, 주택 관련 가계대출 부실이 확대되며 민간소비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세계경제는 위기 국면이 장기화, 일상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세계 및 한국경제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즉, 지금은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기부양적 정책을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경제 취약부문 개선 등 체질개선에 주력해야 하며, 기업은 저성장 장기화라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이 기업 생존의 핵심임을 직시하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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