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신장을 이식해 줄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이식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는다. 조직적합도가 높아 이식이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경우 병원은 가족을 돌려보내고 환자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신장 기증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 투석기에 의존해 애타게 기증자를 찾다 결국 사망하는 환자 수가 미국에만 매년 5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바로 신장교환프로그램 덕분이다. 환자끼리 이식이 어려운 기증자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이식이 가능하도록 환자-기증자 조합을 새롭게 구성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 미국 뉴잉글랜드를 시작으로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난 3년간 700명이 새 생명을 찾도록 도왔다.
신장교환프로그램처럼 참여자에게 최적의 상대방을 찾아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매칭 플랫폼이라고 한다. 배우자감을 소개시켜주는 결혼정보회사도 매칭 플랫폼이다. 그런데 매칭 플랫폼이 서로에게 적당한 상대방을 찾아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장교환프로그램을 설계한 하버드대 앨빈 로스 교수와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UCLA의 로이드 새플리 교수는 좋은 상대방을 찾아주기 위한 매칭 플랫폼의 조건을 연구한 공로로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양측의 참여자 수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똑같이 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결혼정보회사라도 여성회원이 100명, 남성회원이 9,900명인 경우와 여성회원과 남성회원이 동일하게 5,000명인 경우 결혼 성사율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신장교환프로그램이 혁신적인 매칭 플랫폼으로 주목 받은 이유도 신장을 기증하고 싶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환자의 지인을 매칭 플랫폼에 포함시켜 기증자와 환자의 비율을 1:1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보다 과분한 상대를 만나기 위한 꼼수가 통하지 않아야 한다. 더 좋은 배우자나 대학 진학을 위한 사람들의 눈치작전을 보면 꼼수가 통하지 않는 매칭 플랫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뉴욕시의 공립고등학교 입학 시스템은 눈치작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매년 3만명 가량이 공정하지 못한 학교 배정을 받았다. 앨빈 로스 교수는 새플리 교수가 개발한 꼼수를 무력화시키는 방법론인 ‘게일-새플리 알고리즘’을 뉴욕 공립고등학교 입학시스템에 적용해 눈치작전에 의한 피해자 수를 90%나 줄였다.
지금까지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불공정한 꼼수가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활용된 매칭 플랫폼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시할 것이다.
의료, IT, 패션, 문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역시 사용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잘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한 매칭 플랫폼의 설계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