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대한 뉴스가 매일 보도되고 있다. 사실 저성장이란 키워드는 이미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전망과정에서 논의됐고, 최근 한국은행이 ‘트리플 2%시대(경제성장률 2.4%, 기준금리 2.75%, 소비자물가상승률 2%)’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주체별로 체감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저성장시대에 진입했음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저성장 시대가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지난 50년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고,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가진 우리이기 때문에 저성장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다소 가벼운 듯 하다. 경제기조 변화에 대해 우려를 경고하는 각종 보도 뒤에서 실제 저성장에 대한 각 경제주체의 영향,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성장의 전조를 지나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게 되면 우리는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잃을 수도 있다. 그만큼 깊고, 빠르게 그 영향력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日, 20년 앞서 저성장 경험

1980년대 일본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4.7%를 유지하며 경제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1990년대에는 1.1%로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다. 일본 중소기업들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비교 분석해 봄으로써 저성장 시대 중소기업들이 처하게 될 상황을 예견해 볼 수 있다.
첫째, 매출액증가율이 연평균 5.8%에서 0.4%로, 총자본성장률이 연평균 8.0%에서 1.4%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둘째, 차입금 확대로 유동비율은 유지했지만 고정비율이 연평균 263.9%에서 370.7%로 급격하게 증가해 기업의 재무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셋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연평균 1.67%에서 1.31%로 하락했고, 총자본경상이익률도 연평균 2.71%에서 1.69%로 하락하는 등 수익성도 하락했다. 넷째, 차입부채상환년수가 1980년대 10.4년에서 1990년대 16.7년으로 장기화돼 차입부채상환능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성장 시대였던 1990년대 재무지표의 모든 면에서 1980년대 보다 현격히 악화됐다. 같은 기간에 대기업 역시 재무지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의 약 60%수준이었다.

中企 슬림화·정부 대응책 절실

일본 중소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저성장 시대에는 중소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모두가 하락한다는 점. 그리고 저금리로 인한 무리한 차입금 확대는 경영개선이 아닌 구조조정 지연으로 연결돼 경영개선을 더욱 지연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얼마나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필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진입해 있다. 우리 경제는 큰 변곡점에 서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경제성장기에 경험했던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저성장 시대가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저성장이 장기화됐을 때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부채규모 조정, 사업전환을 통해 기업의 슬림화 방안 등 경영의 모든 분야를 점검하고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앞서 경험한 일본 중소기업의 암울한 결과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저성장 시대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 관점이 아닌 경제 기조 변화라는 큰 틀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논하는 정부·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길 희망한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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