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면 글로벌경제 회복요인 될 듯”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이 신흥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유동성 확장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07년부터 2012년 까지 ECB와 미국, 영국 중앙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각각4.9배, 3.2배, 2.7배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30개 주요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은 2009년 7,040억 달러에서 2012년 1조 670억 달러로 증가했다. 구성항목별로 살펴보면 경상수지 흑자에 의한 유입은 감소한 반면 신흥국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증가로 인한 자본계정 상의 유입만 증가했다. 즉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유입액 대비 자본계정에 의한 유입액의 배율은 2008년 1.4배에서 2011년 3.5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신흥국이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은 늘지 않았는데 빌려온 돈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자본의 신흥국 유입은 1990년대 이후 대규모로 증가했는데, 이 자금이 버블 형성과 붕괴를 반복하면서 신흥국 경제에 영향을 주어 왔다.
먼저 아시아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 대규모 외국자본이 아세안 등 아시아 국가로 유입되며 과잉투자와 자산버블을 유발했으며 이것이 붕괴되면서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에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2000년대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인도와 중국 등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다.
그리고 세 번째 물결에 해당되는 최근의 글로벌 자본의 신흥국 유입확대는 신흥국의 부족한 외환보유고를 늘이는 긍정적 효과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으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인플레를 유발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로 인해 2012년 3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이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신흥국은 외환 및 금융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자국통화가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환보유고에 비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금액 배율이 높은 국가는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심각한 경제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아공은 3.6배, 베네수엘라는 3.2배, 멕시코는 2.8 배 등이다. 또한 금융위기 기간에 신흥국 주가지수는 선진국 주가지수에 비해 상승기에는 1.7 배로 더 상승하고, 하락기에는 1.5 배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글로벌 자금유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프라 개발 또는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한국은 1990 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유입된 외화자본이 외환 확보 뿐 아니라 FDI 형태의 생산적 투자로 이어져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100대 부품기업 중 상당수가 한국에 진출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생산적인 신흥국 개발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은 장기 저성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글로벌경제의 중요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노력해 글로벌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정무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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