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헬스케어’라는 용어가 세계적 유행이 되고, 한국에도 들어와 너도 나도 사업기회를 찾느라 분주해진 것이 2006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의 모바일 헬스케어라고 하면 영상통화로 의료상담을 받는 재택간호, 영양사에게 음식사진을 전송하고 상담을 받는 영양지도 등이 있었다. 소통의 수단이 ‘휴대폰’이긴 하지만 결국 전문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서비스들이었는데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2006년과 지금, 모바일 통신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두말 할 것 없이 데이터 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벌써 시중에는 4만개 이상의 모바일 헬스케어 앱이 출시되었고, 이런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쓰는 사람도 2억 5천명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프랑스에는 사노피-아벤티스라는 유명한 헬스케어 기업이 있다. 이 회사가 최근에 100달러 정도의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출시했는데 바로 혈당측정기다. 이 액세서리를 스마트폰에 끼우고 앱을 설치하면 혈당을 측정하고 결과를 보고 필요에 따라 병원에 전송까지 할 수 있다. 미국의 얼라이브코어라는 회사도 모바일 헬스케어 앱과 액세서리를 내놨다. 스마트폰 케이스인데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보통의 케이스가 아니다.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을 내장했다. 심장질환 환자들이 수시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결과를 병원으로 보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사실 스마트폰 앱과 액세서리 비즈니스는 간단한 축에 속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환자의 인구통계특성, 주변시설과 환경, 생활패턴, 질환정보, 약품사용행태 등 방대한 데이터를 조사하고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해야 하는 피곤한 산업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런 연구개발 활동이 더 수월해졌다.
이제는 모바일 헬스케어가 환자를 진단하고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역할뿐 아니라 응급치료나 구조요청까지 하는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미국의 카메론헬스라는 회사가 배선이 없는 초소형 제세동기를 개발해서 미국 FDA 승인까지 받았다. 제세동기를 수레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심장질환자의 피부 밑에 이식하겠다는 심산이다. 심장박동수를 상시 체크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전기충격을 가한다. 추후 근거리통신 기능까지 추가하면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린 환자를 살리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응급구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또 스마트폰 안에는 이동 방향과 속도를 파악하는 가속도와 지자기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들을 사용해서 낙상을 감지하는 연구가 학계에서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75세 이상의 노인 중에 32%가 매년 한번 이상의 낙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자식들은 늘 함께 있는 게 아니라 초조하다. 그런데 사람이 의도치 않게 넘어질 때의 방향과 가속도는 그냥 일상생활에서 걸을 때, 뛸 때, 앉았다 섰다를 반복할 때의 가속도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를 스마트폰이 감지해서 자동으로 응급구조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불과 6년 전만해도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상상했던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모바일 헬스케어의 중추가 되면서 이제 병원이 우리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됐다. 24시간 실시간 원격진료와 응급처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수록 스마트폰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점점 더 전자와 의료 산업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이 출현할 것이다. 전자와 의료 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 기업들이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또 맹위를 떨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김병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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