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에서 시장개혁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동유럽 경제는 시장개혁과 함께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신흥시장으로 중요성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2009년 국가부도설 이후 금융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에 따라 생산거점과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가 저하됐다. 이에 동유럽 시장경제 20년을 조명하고, 기업 관점에서 향후 동유럽 시장을 어떻게 봐야 할지 평가하고자 한다.
한국기업에 있어 중요한 시장 및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한 동유럽 시장의 이슈는 다음과 같다.
‘동유럽 금융불안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가?’ 2009년초 서유럽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다수의 동유럽 국가들은 연쇄부도설에 직면했다.
그러나 서유럽 은행과 국제기구가 ‘비엔나 이니셔티브’에 합의하면서 동유럽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해왔으며, 최근에는 ‘비엔나 이니셔티브 2.0’이 추가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은 국지적 금융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헝가리,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이 대내외 리스크에 취약하다.
‘동유럽은 여전히 서유럽 시장의 교두보인가?’ 지난 20년간 동유럽은 부품 및 중간재를 서유럽에 수출하거나 글로벌 기업에 생산거점을 제공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동유럽 국가에게 해외자본 유치는 경제성장의 근간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환경을 개선해나갈 것이다.
특히 중동부는 낮은 수출비용, 인프라 구비, 양질의 노동력이 큰 장점이며, EU에 속한 일부 남동부 국가들은 EU 회원국이면서도 노동비용이 낮아 생산거점으로서 잠재가치가 있다.
‘소비시장으로서 동유럽의 매력은 무엇인가?’ 동유럽 소비시장은 GDP 규모가 이미 인도, 러시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장성은 주요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중산층과 고령층 대상의 틈새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이 확대되며 선진국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중동부에서는 보험과 여가 및 오락 관련 지출이, 신흥국형 소비패턴을 보이는 남동부는 통신기기와 통신서비스 관련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 경제가 비록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서유럽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게다가 동유럽에서의 성패가 주력시장인 서유럽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동유럽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동유럽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한국의 서유럽 우회공략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기업은 동유럽의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투자집중 지역의 임금 상승, 고급인력 확보 차질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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