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중산층을 적극 공략하라”

중국에서 대만은 교역규모 측면에서 일본, 한국에 이어 3위 수준의 국가이지만 통계로 파악하기 어려운 중국내 외자기업의 국적별 매출 측면에서는 대만 기업들이 독보적으로 다른 국가출신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같은 민족이고 동일한 언어를 쓰는 것을 고려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지만 말이 통하고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것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고, 그들 특유의 대중국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캉스푸(康師傅)” 라면은 중국에서 1위 라면 브랜드이고, 이 브랜드를 가진 딩신(頂新)그룹은 중국 최대의 식음료 업체로 라면을 기반으로 음료, 맥주 분야까지 손대고 있는 대만기업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쌀과자 왕왕(旺旺)을 만드는 기업, 중국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들인 진잉(金鷹) 그룹과 데니스(Dennis)그룹도 있고, 세계적인 자전거 메이커 자이언트(Giant) 모두 중국에 기반을 둔 대만기업이다.
얼마전 본국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중국에 진출하여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의미하는 “중국에서 성장한 외국기업 명단”을 발표하였는데, 51개 기업 중 대만기업은 29개, 홍콩 8개, 미국 4개, 호주 2개 등이고 한국은 리커(麗克)의료기기 1개뿐이다.
대만기업들이 다른 외자기업들과 가장 차별화가 되는 점은 중국진출 초기부터 중중 - 중하 소득계층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쌀과자 왕왕의 경우 처음에 후난성 창사에 진출하여 생산거점을 설립하고 우후죽순처럼 경쟁업체들이 생겨나자 하위 브랜드 설립을 통해 가격을 40% 인하하여 가격경쟁으로 대응하였다.
중중-중하 계층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유통업체들인 진잉(金鷹) 그룹과 데니스(Dennis)모두 대도시가 아닌 지방도시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진출 대만기업의 특징은 중국 사업을 홍콩이나 싱가폴의 역외시장에 상장하여 자금을 조달하여 다시 중국 사업 확대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중국내 설비와 유통망을 확장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화하여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반일감정 때문에 중국진출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일본기업은 대만기업에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중국에서 이득을 보려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과의 협력 역시 중국에 진출한 대만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캉스푸, 왕왕 모두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기술교류를 하고 공동으로 유통업에도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기업들은 중국에서 실패하는 요인 중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중하류층의 공략에 실패한 점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 중 대도시의 중상류층만을 목표로 했다가 실적이 저조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미엄 전략에서 탈피해 대만 기업들처럼 중류층 혹은 그 이하의 소비자를 공략하는 상품과 지역 전략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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