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기는 뜨거웠다. 말의 성찬은 화려했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면서 복지 보따리를 크게 부풀렸다.
이제 곧 대통령 당선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돼도 앞으로 당분간 한국경제는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 세계적 불황에다 경제성장보다 복지만 외치는 국내적 요인이 결합돼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우선 국민을 통합하고 경제를 추스르는 계획부터 짜야한다.
한국은 구조적인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 경제성장률은 2.2%로 저조하다. 내년에는 3%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달성 가능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과거 우리는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때 저성장을 경험했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힘을 잃고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린 게 주원인이다. 올 설비투자는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구조적 저성장이 지속되면 일자리 부족, 복지수요 증가, 재정적자 누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양극화 해소와 복지국가 건설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대선정국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복지 이야기만 오갔다.

구조적 저성장 속 한국경제
복지 공약의 거의 대부분은 포퓰리즘적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세계 6대 부국으로 번영을 달리던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오늘날 그리스와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에 빠져든 것도 포퓰리즘 때문이다.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동하려면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정치쇄신도 경제를 살려내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사관계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급한 게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시급하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보듯 노사현장은 일부 극한 노동세력과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정리해고자 92명은 노사협상이 타결된 지 1년 만에 일터로 돌아왔지만 일감이 없어 곧바로 유급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기업가정신으로 위기 극복해야
중소기업을 옥죄는 불공정행위를 비롯한 대기업 또는 재벌의 일탈행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의 긍정적 역할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대기업 때리는 게 중소기업을 돕는 일이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중소기업 살리겠다는 소리는 요란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면서 중소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는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일반의 왜곡된 인식도 문제지만 중소기업의 책임도 있다. 중소기업의 분발과 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새 정부는 기업가 정신과 창업정신을 부추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기업가정신과 창업정신을 일깨워야 좋은 나라,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젊은이들을 창업에 뛰어들게 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등 교육부터 바꿔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
필요한 건 멀리 내다보는 비전이다.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류동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