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이태리·독일, 유럽경제 미래 좌우”

2013년에도 유로존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며 2012년에 유로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유로존의 실업률이 2012년 10월에 사상 최고치인 11.7%를 기록했다. 2013년에도 유로존 경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3大 정치 이슈가 유로존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이탈리아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고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자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있던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직을 사임했고 같은 해 11월에 前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었던 마리오 몬티가 구원투수로 총리에 지명됐다. 2012년에 들어 투자자들이 정당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는 기술 관료인 몬티 총리의 강도 높은 긴축안과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나갔다. 하지만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이탈리아에서는 2013년 2월에 총선이 있을 예정이다. 재정위기 발발 이후 유로존 회원국들에서는 좌우 상관없이 기존 정당이 교체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9월에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에서도 총선이 계획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메르켈 총리가 재정 위기국에 요구하는 강도 높은 긴축안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 내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인기가 매우 높다. 2012년 11월 초 ARD-도이치란드트렌드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53%로 2위인 사민당의 피어 스타인브룩보다 17%p 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민당이 또 다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기민당에게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현재 여론 조사를 보면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득표율이 의석수 확보 최소 기준인 5%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두 대표 여당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기민당-자민당에 버금가는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기민당은 사민당 또는 녹색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물론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메르켈 총리의 숨통이 트일 수 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2013년에도 내부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여 년간 중앙정부로의 과도한 재정이전과 재정위기 발발 이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채무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재정 자치권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카탈루냐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경제의 20%,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인 만큼 중앙정부도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앙정부가 까탈루냐 지방정부와 타협을 하지 않을 경우 까탈루냐는 극단적인 방법 즉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도 있다. 2012년 11월말에 실시된 까탈루냐의 조기 총선에서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약 2/3의 득표율을 얻으며 승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더욱 많은 재정 자치권을 부여하거나 긴축요구를 완화해주게 되면 투자자들은 스페인의 재정 안정화 노력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라호이 정부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스페인 위기설이 다시 한 번 불거질 수도 있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대표 슬로건은 빌 클린턴의 “it’s the economy, stupid”, 즉 “문제는 경제야”였다. 반면 지난 2년간 경험을 했듯이 유로존 위기의 핵심은 “it’s the politics, stupid” 즉 “문제는 정치야” 라고 요약할 수 있다. 2013년에도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로존 주요국들의 정치적 변화가 유로존 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