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부대 안에서 만난 연오랑 세오녀의 제사를 지낸 일월지
으레 그랬듯이 포항시내의 죽도시장에 잠시 멈추었다가 발길을 오천읍으로 옮긴다. 마침 오천장날(5일, 10일)이다. 1930년대부터 활성화되던 전통 장은 아직도 포항시 외곽지역에서 가장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난전을 펼치고 있는, 친정어머니를 닮은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이 아름답다. 절로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시장 안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칼국수집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찾아간 곳은 일월지(경상북도기념물 제120호)다.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이 있는 일월지는 해병부대(제9227부대) 안에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부대 안을 엿볼 수 있는 것에 마음이 설렌다.
특히 이 부대는 탤런트 현빈의 훈련소이기도 하지 않은가? 미리 연락을 취해둔 담당 상사를 따라 군용 지프차에 오른다. 일월지사적비와 연오랑, 세오녀 설화비가 있는 곳에 차를 멈추어 준다. 제법 넓은 호수는 자연용출수라 물이 맑다. 청아한 맑은 하늘, 군부대 사찰, 오리 몇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겨울 풍치가 좋지만 더 이상 부대 안에 머물 수는 없다. 일월지만 간신히 보고 나와야 한다. 아쉬워서 눈빛 만으로 주변을 빠르게 휘휘 바라보면서 이육사 민족 시인을 떠올린다.
이 일월지 주변은 이육사의 청포도 시의 배경지다. 그도그럴 것이 1930~1960년대 초까지 이곳에는 동양 최대의 삼륜포도원이 있었다.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가 고향인 육사는 1938년 초여름, 포항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자주 내려왔다고 한다.

정몽주의 출생지를 알려주는 유허비, 오천서원 등
오천읍에서 또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정몽주(1337~1392) 선생의 흔적이다. 오천읍 구정리에 선생의 유허비가 남아 있다. 유허비에는 ‘이 비각은 고려시대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절을 후세에 길이 계승하고자 이 지방 유생들이 뜻을 모아 선생의 생장지이고 고택의 유허지인 이 곳에 인조 12년(1634)에 비각을 건립하였다’고 씌여 있다. 원래는 오천서원(1588년에 건립)과 유허각이 나란히 있었으나, 서원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유허비각만 남게 되었다.
그 뒤에 세운 오천서원(1612년에 건립)도 근처에 있다. 정작 동네사람들도 위치를 설명하지 못하는, 후미진 곳이다. 비록 서원의 담장이 무너지긴 했으나 정리 정돈은 잘 되어 있다. “1588년 포은을 봉사하기 위하여 그가 자랐던 옛 집터 근처인 청림에 창건되었다.
오천서원은 현의 동쪽 10리에 있으며 이광약이 현감으로 와 있을 때 꿈에 한 어른이 와서 보고 이르기를 ‘현의 동쪽 10리에 곧 나의 집이 있었으나 허물어진 지 오래되어 편히 살 곳이 없다’했고 이로 인해 청림동 포은의 옛 집터를 물어 찾아 거기다가 서원을 지었다”고 씌여 있다.
송시열, 정약용의 첫 유배지 장기읍성

장기면은 역사상 많은 사람들의 유배지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첫 유배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다산 유배지하면 전남 강진을 떠올리는 되는 것은 강진에서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기 때문. 다산은 7개월 10일(약 220일)동안 장기에 머물렀다. 그리고 기성잡시 27수, 장기농가 10수, 고시 27수 등 130여 수의 한시와 남인의 예론에 관한 시비를 논한 기해방례변, 한자 발달사를 다룬 삼창고훈, 한자 자전류 이아술 6권, 농어민의 비참한 질병치료를 돕고자 한 의서 촌병혹치 등을 집필했다.
사진은 일월지.

■여행정보
○일월지 : 남구 오천읍 용덕리, 방문신청 : 민사참모실(054-290-3125, 010-3545-7133, 이근직 상사)/일월사당 : 남구 동해면 도구리/정몽주 유허비 : 남구 오천읍 구정리 124-2. 오천서원 : 남구 오천읍 원리/장기읍성 : 남구 장기면 읍내리
○찾아가는 방법 : 서울 기점 → 경부고속도로 → 청원분기점에서 상주간 고속도로 이용 → 김천 분기점에서 경부선 이용~경주에서 포항간 고속도로 이용 → 포항IC → 포항제철로 난 31번 국도 이용. 또는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도 괜찮다.

-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