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시아의 호랑이? 고양이?

얼마 전, 블룸버그는 ‘중진국 함정에 직면한 베트남 경제’라는 기사를 냈고 또 뉴스위크는 베트남 경제를 두고 호랑이가 고양이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1년 들어 베트남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투자자금 유입이 줄어들었으며 급기야는 2012년 9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켰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08년 사이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며 차기 아시아의 경제 호랑이로 주목받던 베트남 경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베트남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금융대출을 적극 확대했다. 그 결과 2008년 초 신용증가율이 무려 63%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2011년 중 물가상승률이 23%까지 치솟자 돌연 강도 높은 통화긴축정책을 도입했다.
이어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됐고, 대규모 자금이 흘러들어간 비효율적인 공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베트남 금융기관들의 안정성도 크게 악화됐는데 그 시기가 글로벌 경제 둔화와 겹치면서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2011년 하반기 6.1%에서 2012년 상반기 4.4%로 급락했다. IMF에 따르면 2012년 베트남 경제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1%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이은 부정부패 역시 베트남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하반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으나 유독 베트남만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베트남 정부 내부의 부정부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영진 9명이 구속된 국영 조선공사 비나신 사건, 그리고 회장과 경영진 6명이 체포된 국영 해운사 비나라인 사건이 대표적인데 모두 국영기업들의 무분별한 투자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처럼 급격한 통화긴축정책과 연이은 부정부패 모두 베트남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낮은 투자효율성에 있다. 베트남의 경제규모 대비 투자율은 지난 15년간 빠르게 증가했지만, 투자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1년 말 기준 공기업의 자산은 877억 달러, 자기자본은 327억 달러인데 부채 규모는 무려 622억 달러로 지금같이 공기업들이 자금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앞으로도 제2의 비나신·비나라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은행권 안정과 기업 효율성 개선, 그리고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2년 3월 은행권 개혁안과 7월 국영기업 개혁안 발표를 비롯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개혁안을 추진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쯔엉 떤 상 주석과 응웬 떤 중 총리가 공공부문의 개혁을 강화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어 개혁 방향이 상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정부 부처간 마찰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말 기준 정부는 1천309개의 완전출자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무려 101개의 정부부처 및 정부기관들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나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개혁 또는 제2의 도이모이가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베트남이 경제성장률을 예전과 같이 7~8%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기업들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부문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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