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발생한지 5년,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지 3년째 되는 해다.
2009년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기도 꼭 4년 반이 되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재둔화되면서 연착륙과 경착륙 간의 갈림길에 놓였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양’쪽으로 재차 선회되기 시작한 각국의 거시경제기조가 올해 들어서는 연초부터 ‘성장’ 쪽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9월에 발표됐던 일자리 창출 위주의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마지막 열렸던 연준(FRB) 회의에서는 ‘고용목표제’를 도입했다.
일본도 경기침체의 주범은 엔고를 저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데 이어 최후의 부양수단으로 ‘재정적자 화폐화’를 도입했다. 발권력을 동원해 엔고 저지와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극단적인 우경화 정책에 해당된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무제한 국채매입으로 상징되는 드라기 패키지를 발표했다.

경제정책 ‘성장’에 초점

최근 들어 각국이 추진하는 부양책에서 눈에 띠는 것은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려면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과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도 세계경제를 언제든지 어렵게 할 수 있는 변수,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많다. 티핑 포인트란 어떤 것이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경제현안이 우려되다가 실제로 발생하면 그 순간에 침체국면에 빠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상시적 위기관리체제 구축해야

첫째, 최악의 상황은 글로벌 공조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다.
둘째,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면서 유로 존이 붕괴되는 것도 변수다.
셋째, 독일의 리더십이 깨지는 것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넷째, 미국이 어렵게 넘긴 재정절벽 문제가 오바마 정부 집권 2기 출범한 이후 첫 시련에 해당하는 연방부채한도 확대에 실패한다면 무력화될 수 있다.
다섯째, 올해 3월에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시진평 시대가 정착하지 못하고 경기가 다시 경착륙에 빠지는 경우다.
여섯째, 일본 아베 정부가 극단적인 엔고 저지책이 실패한다면 성공하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변수다.
일곱 번째, 신흥국의 대규모 자본이탈 여부도 언제든지 세계와 한국 경제 향방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여덟 번째, 1999년 이후 20년 이상 지속돼온 원자재 가격의 슈퍼 사이클 국면이 마무리되는 경우다.
아홉 번째, 미국 국채에 낀 거품이 붕괴될 우려도 최근에 제기되는 복병이다.
열 번째, 각국이 자국통화 평가절하에 뛰어드는 경우다.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그런 만큼 중소기업들은 앞으로는 예상되는 변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리스크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막상 이런 리스크가 닥치면 기업경영에 커다란 혼란에 빠진 경험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기본과 균형을 중시하면서 수시로 발생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과 상시적인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해 놓아야 할 시점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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