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병원이름만 들어도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병원이 있다면? 그래서, 고객충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병원이 있을까?
2011년 미국내 병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무려 15.7%의 환자가 메이요 클리닉을 선택했다. 존스홉킨스(5.8%)나 MD앤더슨 암센터(2.6%) 등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유명 병원에 비해 무려 3~5배 이상 높은 압도적 지지를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명확한 핵심가치를 정립한 점이다. 메이요는 지난 100년 동안 ‘환자의 니즈를 최우선으로(The needs of the patient comes first)’라는 독특한 슬로건을 실천해왔다. 슬로건과 같이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개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환자중심 철학’을 누구보다 먼저 정립한 덕분에 메이요 클리닉은 오늘날 연 매출 71억달러의 세계적인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는 메이요만의 독특한 협력진료 서비스다. ‘환자중심 철학’의 실천방안을 모색하던 메이요 형제는 1895년 의료진이나 전문가가 상호 협력해 질환을 치료하는 ‘통합진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각기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타병원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고품질의 협진서비스는 오늘날 메이요 클리닉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협진서비스는 환자의 입소문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퍼져 새로운 환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간의 벽을 무너뜨리고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조직문화까지도 구축했다.
셋째는 진료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이종산업의 경영기업을 과감히 도입했다는 점이. 1970년대 들어 메이요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 환자가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예약절차와 변경 등이 매우 어려워졌다. 수천개에 달하는 질환을 분류하고 수십만명의 환자를 수동으로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메이요는 수십만개에 달하는 비행기와 로켓부품을 생산부터 조립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보잉사와 나사의 생산관리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 1975년 첫 선을 보인 첨단 예약시스템 덕분에 환자는 타병원과는 달리 각자의 사정에 따라 검사 및 진료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토로라의 식스 시그마를 접목시켜 진료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협진을 활성화시킨 결과 어떤 질병이라도 3~5일 이내 확진을 받을 수 있다. 미국내 타병원에서 확진을 받기까지 1~2달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메이요의 진료는 놀라울 만큼 빠르고 정확한 셈이다.
존스홉킨스, 메사추세스 병원(하버드 의대) 같은 쟁쟁한 병원들이 경쟁하는 미국 의료시장에서 메이요 클리닉은 의료진이 아닌 환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소통방식과 프로세스를 개선해 환자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다. 100여년이 넘는 병원이 장수할 수 있었던 성공방정식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선구안과 실행력이었다. 경영서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고객’이 바로 성공의 기본이자 출발점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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