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단독으로 수상하는 경우보다는 공동으로 수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 수상하는 경우에도 공동 연구를 한 경우보다는 따로 연구를 했지만, 각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가 합쳐서 그 분야에 공헌을 했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로는 각 분야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돼 어느 한 사람의 역량으로는 모든 연구를 완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보면 이제 연구도 네트워크를 형성해야만 좋은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문헌을 통해서 바로 발표가 되고, 그 분야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하면서 상승효과를 내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네트워크 형 연구 체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네트워크 형 연구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제품과 서비스의 라이프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자체 개발을 하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유리하다.
네트워크 형 연구의 다른 장점으로는 위험의 분산을 들 수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는 의약품 개발에는 네트워크 형 개발의 활용성이 높다. 제약회사로서는 기초 연구에서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제품이 나오기까지 장기간(10년 이상)에 걸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구도도 네트워크 형 연구 개념을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은 대규모 자금력과 브랜드를 활용해 제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중소기업은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활용한 빠른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서로에게 이로운 상생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형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하청 중소기업의 단가를 후려치는 방법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경제를 선도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할 분담을 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만 한다.
네트워크 형 대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진정한 상생 파트너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이 제품의 원가를 높이는 주체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여자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있을 때 파트너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원가 절감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 기업에 하청을 주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
네트워크 형 중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차별화된 역량은 원가 절감일 수도 있고, 기술적 우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대기업에서 단순 하청을 받아 생존에 급급한 전략으로는 더 이상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
대기업 파트너 회사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나름대로의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원가를 후려치고, 납품 단절의 위협을 가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계속 당할 위험성이 높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 커져서 대기업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의 장점을 살리는 강소기업이 되도록 하는 것이 네트워크 사회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될 것이다.

김송호
홍진씨엔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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